로그인

부동산뉴스

용접 냄새 물씬 나는 거리…밤엔 독특한 주점들로 불야성

낡은 철공소에 몰려든 젊은 예술가들'. 서울 영등포구 문래역 상권이 뜬 이유는 이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골목마다 자리 잡은 벽화와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색 점포들이 젊은이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이 개통했을 당시 이 곳은 공장 밀집지대였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용접 냄새가 물씬 풍기곤 했다. 그러다 IMF 여파로 철공소가 하나둘 문을 닫고,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공장들이 서울 외곽이나 지방 등지로 이전하자 대단지 아파트와 상업용 건물이 줄줄이 들어섰다. 기존 유명 상권이었던 근처 합정·상수동 등의 임대료가 폭등하자 주머니가 가벼운 예술인들이 문래동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문래창작촌’이 생겨난 것이다.
 
[땅집고] 문래 예술창작촌 위치. /조선DB

문래역 북쪽에는 5호선 영등포구청, 남쪽에는 1호선 신도림역이 있다. 모두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히는 역이다. 이 일대 버스 노선이 서울 강서·강동·강남을 비롯해 인천·경기 북부와 이어져 외부 유동 인구 유입이 수월하다. 주거밀집지인 만큼 문래초·영등포초·영문초·양화중 등 학교가 많아 가족단위 인구 비율도 높은 편이다.

■ 대단지 아파트와 오피스 직장인이 배후 수요

 
[땅집고] 문래역 상권. /상가의신

문래동 일대 상권은 ‘문래동 로데오거리’와 ‘GS강서타워’로 나뉜다. 두 상권 모두 주거와 오피스가 혼합돼 있다. 먼저 문래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로데오거리가 나온다. 인근 문래자이·벽산메가트리움 등 아파트 주민과 홈플러스· 에이스하이테크시티 등에 근무하는 20~30대 직장인들이 로데오거리의 주요 소비층이다. 이렇다 보니 평일 점심 무렵 이 일대는 가정 주부와 아이들, 점심 식사하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반면 늦은 저녁 시간에는 비교적 덜 붐빈다.

문래역 3번 출구 쪽 문래로를 걷다보면 GS강서타워 상권에 도착한다. 로데오거리와 마찬가지로 문래힐스테이트·신동아아파트 주민들과 GS강서타워·우리벤처타운 직장인들이 이 상권을 주로 찾는다.

 
[땅집고] 문래역 상권 월 평균 매출 상위 5개 업종. /상가의신
 
[땅집고] 문래역 상권 상가 평균 시세와 승하차 인구. /상가의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인구분석 자료에 따르면 문래역 상권은 40대 유동인구 비율이 23.2%로 가장 높다. 이어 ▲30대 22.5% ▲50대19.5% ▲60대 17.3% ▲20대 14.7% 등 순이다. 요일별 유동인구는 금요일에 16.4%로 가장 많았다. 2018년 하반기 문래동 월 평균 매출은 ▲생활서비스 3억1873만원 ▲스포츠 1억526만원 ▲관광·여가·오락 6222만원 ▲소매 6152만원 ▲음식 3334만원 순으로 높았다.

■ 철공소와 예술가가 공존하는 이색 상권

 
[땅집고] 문래창작촌 안내표지판. /상가의신

문래역 7번 출구 쪽에선 ‘문래창작촌’ 안내표지판을 볼 수 있다. 남아있는 철공소 사이사이에 전용면적 33㎡ 정도로 아담한 카페·식당들이 모여 있는 형태다. 기존 철강공장·철제상이 밀집한 곳에 최근 5년 동안 예술가들이 자리 잡으면서, 철공소와 예술이 공존하는 이색 상권이 된 것. 상권 규모는 문래공원사거리부터 문래동사거리까지로 비교적 작은 편이다. 대로변에는 주로 철공소가 있고, 안쪽 골목으로 들어설수록 예술인들이 차린 공방이나 퓨전식당, 카페, 다양한 조형물들이 보인다.

문래창작촌에 창업할 경우 입지보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젊은층이 SNS(소셜미디어)나 블로그 등을 통해 정보를 파악하고 움직이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이 같은 홍보방법을 활용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생소한 문래창작촌에 관심을 갖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어서 재치와 친절로 응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이나 친근한 복장도 고객 발걸음을 사로잡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땅집고]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서 인기 있는 수제맥주집 '올드문래'. /상가의신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로는 수제맥주집 ‘올드문래’가 대표적이다. 낮에는 흔한 카페처럼 보이지만, 저녁 6시 이후 조명과 음악이 180도 바뀌면서 활기 넘치는 분위기로 바뀐다. 공단 한가운데 자리잡아 다소 생뚱맞다는 느낌도 들지만, 되레 이런 독특한 주점을 찾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주문 제작하는 ‘나무늘보’ 황지회 나무공방장은 “문래동 상권은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곳”이라며 “낮에는 일하는 직장인들로 바쁘게 돌아가고, 저녁에는 회식이나 데이트 장소로 탈바꿈하며, 주말에는 젊은이들로 붐빈다”고 말했다.

문래동 중개업소와 상인들에 따르면 문래창작촌 골목에 있는 16~26㎡ 점포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월세 50만~70만원 정도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 일대에는 무허가 건물이 많아 용도변경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계약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