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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체험형 매장과 복합몰로 진화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 이마트는 지난 5월 미래형 매장으로 ‘이마트타운 월계점’을 리뉴얼 오픈했다. 사진=이마트 제공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이마트는 1993년 11월 서울 창동에서 국내 처음으로 대형마트(할인점)를 오픈하며 이름을 알렸다. 첫 해 매출 45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대형마트 부문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1996년에는 대형마트 최초로 물류센터를 열었고, 1997년에는 해외시장에도 첫 진출했다. 같은 해 자체상품(PB)을 최초로 선보였고, 2002년에는 글로벌 유통업계선 처음으로 최단기간 매출 5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오픈 이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사는 이마트가 급변하는 유통시장 변화에 맞춰 매장 혁신에 나서고 있다. 핵심 키워드는 ‘고객 관점에서 이마트’.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식음료매장과 트렌드에 맞는 테넌트(임대매장)를 입점시키는 등 그로서리(신선식품)와 몰이 결합된 일명 ‘미래형 매장'이다.


◇ ‘최초’라는 수식어가 동반하는 이마트

이마트의 역사는 곧 국내 대형마트 역사다. 이마트가 오픈하기 전에는 국내선 할인점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이마트의 '이'는 상시 저가로 판매한다는 뜻인 ‘Everyday Low Price’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이마트는 대량 매입을 통해 납품가격을 낮추고 매장 인테리어를 간소하게 하는 등 운영비용을 줄여 판매가격을 낮췄다. 이를 통해 당시에는 없었던 '상시 저가'라는 개념도 도입했다.

당시 이마트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지만 ‘물건 값이 싸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1호점 개점 다음 해인 1994년 2호점인 일산점을, 1995년 3호점과 4호점을 잇따라 개점한 이후 1996년 18개, 1997년에는 87개까지 출점하며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본격 열었다.

 

  • 1993년 11월 서울 창동에 문을 연 이마트 창동점의 당시 모습. 사진=이마트 제공

이 과정에서 외국계 할인마트도 한국 시장을 공략했지만 이마트는 신선식품을 중시하는 한국식 쇼핑 문화를 꿰뚫으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특히 이마트가 2000년을 전후해 시작한 농수산물 산지 직매입은 유통혁명이나 다름없었다. 농어민에서 도·소매상 등으로 5~6단계 이어지는 유통 구조를 ‘농어민→생산자단체→이마트’로 단순화했다. 유통 과정은 짧아졌고 소비자는 신선한 상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결국 2006년 세계 1위 오프라인 유통기업이었던 월마트가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남기고 간 16개 점포를 이마트가 인수한 이후에는 국내 점포 100호점 시대까지 맞았다.

2007년에는 월매출 1조원을 넘겼으며 이후 이마트는 신세계백화점에서 법인 분리, 국내외 매장에서 10조원이 넘는 연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유통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 초저가 전략,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다

이마트는 최근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맞춰 ‘초저가 전략’과 함께 대대적인 ‘미래형 매장’으로의 매장 혁신에 돌입했다. 고객 관점에서 이마트로의 재탄생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이마트에 일부러 오게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상시적 초특가 브랜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는 초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민가격'이 최대 60%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한번 정한 가격은 끝까지 바꾸지 않겠다는 약속이라면, '초저가 전략'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리미티드 딜(Limited Deal)’이라는 명칭으로 이마트가 협력업체와 사전 기획해 자체 마진을 축소해 내놓은 상품이다. 매월 10여가지 상품을 한정된 물량으로 초저가에 판매한다.

 

  • 이마트 신촌점은 그로서리 매장으로 식료품 비중을 80%까지 확장했다. 사진=이마트 제공

이마트 관계자는 “'리미티드 딜'은 단순히 가격만 저렴한 상품이 아니다”라며 “소비자 관점에서 최신 트렌드에 맞는 상품과 제철 상품을 필요한 시기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테넌트와 그로서리가 결합한 '미래형 매장'

이마트는 매장의 경우 '미래형 매장으로의 전환'을 추진중이다. 경쟁사들이 실적 악화를 이유로 폐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미래형 매장이란 그로서리 비중을 높이고 비식품 매장을 대폭 줄여 문화·엔터테인먼트부터 식음료, 패션 브랜드까지 다양한 '테넌트‘를 입점한 일종의 복합몰 형태다.

  • 지난 5월 미래형 매장으로 리뉴얼 오프한 ‘이마트타운 월계점’은 키즈카페를 비롯해 식음료 용품점(F&B), 패션 브랜드 등이 70%의 면적을 차지한다. 사진=이마트 제공

이마트가 리뉴얼을 마친 점포들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들이 어려운 와중에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5월 리뉴얼 오픈한 ‘이마트타운 월계점’은 영업 면적은 총 1만9173㎡로, 이 중 마트가 차지하는 공간은 30%에 불과하다. 키즈카페를 비롯해 식음료 용품점(F&B), 패션 브랜드 등 테넌트가 나머지 70% 면적을 차지한다.

쇼핑뿐만 아니라 식사와 여가 활동을 함께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리뉴얼 후 월계점 매출은 전년보다 50% 가량 신장했다. 임대매장 매출은 전년대비 290% 증가했다.

지난달 오픈한 신촌점은 그로서리 매장으로 식료품 비중을 80%까지 확장했다. 인근에 1~2인 가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소단량 식료품’을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젊은 층 취향에 맞는 이색 소스 특화 매장과 가성비 중심의 노브랜드 매장도 따로 갖춰 오픈과 동시에 많은 이가 몰리고 있다.

이마트는 월계점을 시작으로 지역의 대표 점포, 노후화가 심한 점포, 인근 경쟁점이 많은 점포 등 30% 이상을 미래형 매장의 모습으로 리뉴얼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한 비용만 올해 총투자의 30%에 해당하는 2600억원에 이른다.

이마트 관계자는 “유통 매장의 미래는 고객의 체류 시간 확보에 있다”며 “신선식품 매장을 강화하고 먹거리와 즐길거리에 집중해 쇼핑객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 이마트 베트남 고밥점 노브랜드 매장. 사진=이마트 제공

◇ 노브랜드·PK마켓 등으로 해외시장 공략

이마트는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PK마켓, 노브랜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2010년 처음 문을 연 창고형 마트다. 해외에 본사를 둔 경쟁사와 달리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회원에 가입하지 않아도 마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차별화했다. 회원비를 감당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이 트레이더스로 구매처를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2010년 첫 출점 후 매출이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2030년까지 트레이더스 점포를 50개로 확대하고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초격차 상품'으로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 PK마켓이 들어설 건물 외관. 사진=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의류, 생활용품, 침구, 가전, 주방용품 등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체브랜드도 지속적으로 출시했다. 대표적인 것이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는 문구를 앞세워 2015년 출시한 노브랜드다. 브랜드 가치가 반영되는 부가가격을 줄여 보다 저렴한 값으로 상품을 대량 공급하겠다는 취지의 브랜드다.

노브랜드 제품은 비슷한 품질의 동종 제품보다 최고 67% 싼 가격을 적용한다. 노브랜드는 이마트의 PB상품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하나의 전문 매장으로 성장했다. 필리핀에 지난해 2개 매장을 개점하기도 했다.

신세계푸드도 노브랜드를 적용해 지난해 8월 '노브랜드 버거' 매장을 선보였다. 이 버거는 대학가와 직장인 사이에서 열풍이 불며 지난 6월까지 직영점으로 36호점까지 오픈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시안 푸드'를 콘셉트로 한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PK마켓은 해외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마트는 올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PK마켓을 미 로스앤젤레스(LA)에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이 PK마켓 오픈을 기점으로 미국 등 선진국 시장 진출에 더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성장세가 변곡점을 지난 건 사실이지만, 고객이 체험·체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가 있다”면서 “이마트는 그로서리 강화로 경쟁력을 높이고, 트레이더스는 지속적으로 매장을 개점해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 시장에도 적극 나서 이마트와 노브랜드는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키우고, PK마켓은 아시안 푸드를 콘셉트로 미국 현지 유통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http://daily.hankooki.com/lpage/column/202008/dh20200817070010145650.htm?s_ref=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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