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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뉴스

코로나 무서운데, 집앞서 놀까?…떴다, 슬세권

서울 강북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서현 씨(가명·24)는 최근 집 근처를 벗어나는 일이 드물다. 재택근무가 연장돼 평일에는 거의 집 밖을 벗어나지 않고 주말에도 중요한 약속이 아니면 가급적 시내를 나가지 않는다. 정말 답답할 때는 동네 골목에 있는 카페에 가서 책을 보고 오거나 어머니와 집에서 5분가량 떨어진 근린공원에 산책을 나간다.

김씨는 "가끔 평일 점심에 동네 카페나 공원에 가보면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한 명씩 편한 복장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래 3개월이 지나면서 부동산 업계에서 주목받았던 `슬세권(슬리퍼+세권)`이 유통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외출은 하고 싶지만 멀리 나가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을 잘 설명하는 단어여서다.

최근 `이태원발 재확산`처럼 안정기에 완전히 접어들지 못한 소비재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지출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소매 데이터 분석 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3월 둘째주~넷째주에 소규모 커피 매장의 결제 건수는 2월 셋째주~3월 첫째주에 비해 24.6% 상승했다. 이는 상위 20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 같은 기간 6.4% 상승한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증가세다. 전체 `카페` 결제 건수는 지난 2월 셋째주 이후 급속히 감소하다 3월 셋째주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와중에 소규모 매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원인은 지리적 접근성과 이용객이 적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개인 카페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해 규모가 작고 대중에 덜 노출된 경우가 많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대부분 지하철역·교차로 근처 등 `목 좋은` 곳에 위치하지만, 소규모 카페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위치한 대신 특색 있는 인테리어나 메뉴로 승부하는 곳이 많다.

이른바 `슬세권 소비`는 유통채널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슈퍼마켓, 개인 대형마트, 편의점 등 `근린 채널`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부진 속에서도 실적이 증가한 몇 안 되는 오프라인 채널이다. 실제 지난 1분기 GS리테일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 `GS더프레시`, 롯데쇼핑의 `롯데슈퍼` 등은 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됐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몰에서도 소비자들의 행동 반경이 더 좁아지는 동시에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나면서 전문몰이 각광을 받고 있다. 과거 행동 패턴이 네이버·쿠팡 등 메가 이커머스 한두 개를 사용하는 형태였다면, 이제 의류 쇼핑은 `지그재그` `무신사`, 인테리어는 `오늘의집` `아이디어스` 등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식이다.


박지혁 닐슨코리아 소매유통사업부장(전무)은 "5~6년 전부터 1인당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데, 이 수요가 10·20세대를 중심으로 이들 전문몰로 많이 흡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패션뷰티·리빙 등 전 소비재 부문을 뜯어봐도 더 구체화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두드러진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보편적인 펌프형 손세정제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면 최근에는 `앉기 전` `눕기 전` `손을 닦을 때` 등 상황별로 다르게 사용할 수 있는 미스트형 손세정제가 인기를 끄는 식이다.

롯데제과·오리온·해태제과 등 전통적인 강자들이 지배하던 제과 시장에서 가족과 함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풀무원의 `토이쿠키`가 인기를 얻고, 건강기능적 부분을 강조한 베지밀의 `고단백 두유`, 편의점 CU의 `에너지 빡포션` 등도 같은 맥락이다.

■ <용어 설명>

▷ 슬세권 : 슬리퍼와 세권 합성어. 슬리퍼처럼 편한 복장으로 카페 등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한 주거 권역.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05/49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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