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부동산뉴스

명품 들인다더니 폭삭 망한 센트럴돔

[땅집고] 경기도 평택시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비전동에서 랜드마크 상가로 꼽히는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 /이지은 기자

[땅집고] 지난 7월 23일 찾은 경기도 평택시 비전동. 지하철 1호선 평택역까지 버스로 10분 거리인데다가 평택시청·평택경찰서 등 공공기관과 교육시설이 밀집해 평택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이 지역 랜드마크 상가는 롯데건설이 시공한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 지하 2층~지상 3층에 연면적 4만5278㎡다. 점포 수는 440개로 대형 쇼핑몰이다. 지난해 6월 준공해 이제 갓 1년을 넘겼다. 사거리를 낀 코너에 있으면서 출입구와 기둥을 아치형으로 설계한 북유럽 스타일 상가여서 네모반듯한 주변 건물에 비해 눈에 확 띈다.
 
[땅집고] 대로변을 낀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 1층 상가들이 줄줄이 공실이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상가가 문을 연 지 1년 넘게 임차인을 못 구한 임대인들이 점포의 장점을 홍보하는 전단을 붙여뒀다. /이지은 기자

건물은 화려해 보였지만 왕복6차로 대로변을 접한 1층 상가부터 줄줄이 비어 있었다. 1층 점포 수는 230개인데, 영업 중인 점포는 44개뿐이다. 상가 ‘얼굴’ 격인 1층 공실률이 80%가 넘는 것. 2층은 102개 점포 중 63개, 3층은 106개 중 105개가 공실이다. 이렇다보니 몇몇 점포에는 ‘XXXX호 장점: 전면 3면 통유리, 엘리베이터 및 화장실 접근성, 착한 임대인 운동 동참’ 등 내용이 적힌 전단이 붙어있다. 상가를 분양받은 투자자들이 임차인을 유인하기 위해 직접 써붙인 것이다.
[땅집고]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은 비전동 중심상업지구 코너 입지로 상가로서 가시성, 접근성이 뛰어난데도 상가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지은 기자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은 2017년 분양할 때만 해도 평택 유동인구가 몰리는 랜드마크 상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중심상업지구 코너에 있어 가시성이 좋고 주변에 아파트가 촘촘하게 자리해 배후 수요도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준공 1년이 지나도록 공실 문제가 해소될 기미조차 없다. 비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차인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보니 상가를 급매로 내놓은 상가 소유자도 수두룩하다. 분양가의 90%만 받아도 좋겠다는 주인들이 많다”고 했다.

■“평택 최초 명품관 들어선다더니…”
 
[땅집고] 당초 명품관이 들어서기로 했던 3층 점포들이 거의 통째로 비어있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현재 3층 점포들엔 유치하고자 했던 명품 브랜드를 인쇄한 종이조각만 걸려있는 상태다. /이지은 기자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은 평택시 최초로 에르메스·구찌·샤넬·디올·구찌 등 명품 매장을 유치하겠다고 홍보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런데 계획이 전면 무산되면서 초기 활성화 기회를 놓치고 상가 정체성과 매력도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실도 무더기로 발생했다. 당초 명품관이 3층 전체 106실에 들어서기로 했던 터라, 상가 한 층이 거의 통째로 비어있다. 현재는 빈 점포마다 입점 예정이라고 홍보했던 브랜드 로고를 인쇄한 종이조각만 붙어있다. ‘운영본부팀·MD팀’이 쓰던 3060호 점포엔 단전·단수예고장이 걸린 지 두 달이 넘었다.

투자자와 주민들 사이에선 시행사가 처음부터 명품관 유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상가를 팔기 위해 과장 홍보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명품관 가맹점 계약을 주도했던 운영사 ‘폴라리스 인터내셔널’은 현재 전화 연결이나 홈페이지 접속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다. 평택지역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오라고 해도 쉽게 입점하지 않는 명품 브랜드가 평택의 조그만 택지지구 상가에 수십 개가 들어온다는 것이 상식적이냐”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또 “사실상 사기 분양으로 법적 대응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글도 있다.

■‘유령 상가’ 이미지 때문에 월세 낮춰도 공실 해소 어려워
 
[땅집고] 2019년 평택 비전동 상가 평당 임대료 시세.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이 주변 상가들보다 월세가 2~5배 이상 비쌌다. /이지은 기자

비전동 중심상업지구 핵심 입지에 짓는다는 점을 내세워 초기 임대료를 너무 비싸게 책정했던 것도 문제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해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 1층 상가의 3.3㎡(1평)당 임대료는 20만~35만원 정도. 같은 상업지구에 있는 1층 상가 시세가 15만~20만원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임대료가 최대 2배 이상 비쌌다. 상업지구 맞은편에 있는 소사벌 카페거리 임대료(6만~8만원)와 비교해도 최대 5배 이상 높다.
 
[땅집고] 점포 매매가격을 분양가보다 낮춰서 매물로 내놓은 투자자들도 많다. /이지은 기자

현재는 평당 임대료가 15만원 정도로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7평짜리 점포를 기준으로 보증금 2000만~3000만원, 월세 150만~200만원 선이다. 이만하면 주변 상가들 임대료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임차인을 구하기가 어렵다. 건물이 1년여 이상 침체되면서 ‘유령 상가’라는 인식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상가를 급매로 내놓은 투자자들도 수두룩하다.

■차로 10분 거리에 ‘스타필드 안성’ 악재도 겹쳐
 
[땅집고] 상가 1~3층 전부 텅 비어있는 모습. /이지은 기자

악재가 또 있다. 차로 10~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올 9월 ‘스타필드 안성’이 개장하는 것. 평택 주민들 입장에선 대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로 몰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상가 관리단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호재도 있기는 하다. 당초 명품관이 들어서기로 했던 3층(100실)에 곧 ‘캐니언파크(실내 놀이동산·동물원)’가 입점할 예정이라는 것. 어린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이용하는 체험형 매장이어서 만약 개점하면 건물 전체가 북적거릴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기대한다. 상가 관리단 관계자는 “현재 점포 소유자들과 협의만 남겨둔 상황으로 계약서 작성도 거의 완료했다”며 “이달 말 공사를 시작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오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했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상가에 투자할 때 시행사가 어떤 업종과 회사가 입점한다고 계약서까지 쓰고 분양하더라도 시행사가 망해버리면 다 소용없는 것”이라며 “너무 황당한 계획이나 약속은 투자자 스스로 검증하고 책임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댓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