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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신선’ 온라인은 ‘물류’

지난 7월 16일 오전, 새로 문을 연 이마트 서울 신촌점 앞에는 개점 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이 점포는 신촌역 인근의 오랜 랜드마크인 그랜드마트 자리에 들어섰다는 점, 이마트가 약 1년 반 만에 신규 출점하는 점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더 눈길을 끈 것은 전체 매장의 83%가 식료품 코너라는 파격적인 점포 구성이다. 지하철 2호선과 연결된 마트 지하 2층은 젊은층의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이 고려돼 간편한 먹거리 등을 취급하고, 밀키트(meal-kit·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나 소포장 신선식품 등을 적극 배치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점포다.
 

원천FC(풀필먼트 스토어)에서 피커(장보기 전담 사원)가 온라인 주문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홈플러스 제공

원천FC(풀필먼트 스토어)에서 피커(장보기 전담 사원)가 온라인 주문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홈플러스 제공



#지난달 롯데마트는 중계·광교점에 이어 잠실점에서도 ‘새벽배송’, ‘당일배송’을 넘어선 ‘바로 배송(2시간 이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통상적인 의미의 ‘배송’보다는 ‘배달’에 가까운 초단시간 배송이 가능한 것은 오프라인 점포를 하나의 ‘풀필먼트(물류의 입·출고 과정을 총괄하는 개념) 센터’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오프라인 점포에서 배송을 진행해 기존 점포를 온라인 거점으로 적극 활용했다.

이 같은 사례는 다소 결은 다르지만 최근 대형마트들이 적극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미래안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대형마트에 엄혹한 시절이 이어지고 있다. 올 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인터뷰에서 “한국 내 채산성이 없는 약 20%의 대형마트 점포 등을 연내 폐쇄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에 창사 26년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29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8.39% 감소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신선식품은 오프라인 점포의 최대 강점

최근 대형마트들의 혁신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선식품’은 오프라인 점포가 갖는 대체 불가능한 강점으로 손꼽힌다. 마켓컬리 등 온라인 쇼핑몰들이 새벽배송으로 판을 키우고 있지만 오랜 노하우를 통한 상품 확보력, 직접 현장에서 소비자가 선도를 확인하고 구매 가능하다는 점, 품질 불만 상품에 대한 환불 절차가 손쉽다는 점 등은 대형마트만이 갖는 강점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집밥 수요가 늘면서 대형마트에서 신선식품의 중요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 3월 1일부터 지난 7월 21일까지 육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8%, 채소류는 8.7% 증가했다. 롯데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은 8.2% 줄어들었지만 수산(10.8%), 축산(5.0%) 부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났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도 신선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였다. 롯데마트는 2014년부터 ‘로컬 채소 매장’을 운영하다가 올해는 GAP 인증을 필수화하는 등 기준을 한층 높여 이를 전 매장으로 확대 운영키로 했다. 로컬 채소 매장이란 신선도를 위해 각 점포 반경 50㎞ 이내의 지역에서 우수 작물을 발굴해 들여오는 점포다. 홈플러스가 2018년부터 시행해온 ‘신선식품 전액 환불제도’는 당초 우려와 달리 현장에서 긍정적으로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소비자가 ‘신선하지 않다’고 지적할 경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환불을 해주겠다는 정책을 통해 신선식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1~2인 가구, 맞벌이 가구 등의 증가로 밀키트, 즉석식품 등 집 근처에서 한 끼 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상품군도 대형마트의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 16일 문 연 이마트 신촌점이 밀키트를 포함한 식료품 코너 비중을 80% 이상으로 파격적으로 높인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PK마켓’ 등 신선 식재료를 그 자리에서 구매, 조리해 취식할 수 있는 ‘그로서란트(grocery+restaurant)’ 매장 등도 인기를 얻고 있다.

배송 물류센터 짓지 않고 기존 매장 활용

미국의 ‘오프라인 공룡’인 월마트는 ‘온라인 공룡’ 아마존에 맞서기 위해 온라인 쇼핑·배송 전용 물류센터를 짓지 않았다. 대신 발상을 전환했다. 미국 전역에 있는 4000여개의 오프라인 월마트 매장을 간이 물류거점화한 것이다.

이 같은 월마트형 ‘옴니채널(Omni channel·온오프라인 통합)’ 활용 시도는 최근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온라인으로의 변화 속도는 코로나19로 인해 한층 빨라지고 있다. 세대·계층을 불문하고 소비자들의 쇼핑 경험이 급격히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4050세대의 이커머스 이용률은 74.9%로 전체 응답자(63.8%)를 넘어섰다.

매장 내 넓은 적재공간 등을 활용해 2018년부터 월마트형 혁신을 진행해온 홈플러스는 현재 인천 계산점, 경기 안양점, 수원 원천점 등 총 3곳 매장에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7월 22일 현재 홈플러스 안양점과 원천점의 경우 하루 온라인 배송 건수는 풀필먼트 센터화 이전에는 200건 정도였지만 최근엔 1500건으로 7배 이상 늘었다. 피커(picker·장보기 전담 사원) 1인당 고객 주문 처리 건수도 하루 22건에서 30건으로 확대됐다.

 

 

지난 2월 롯데마트 서울 중계점과 경기 광교점이 ‘풀필먼트 스토어’로 바뀐 데 이어 지난달엔 서울 잠실점도 변화 대열에 합류했다.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장을 보는 전담 직원이 대신 물건을 담아 30분 이내에 배송 준비를 마친다. 온라인 주문 빈도가 높은 350여종 제품들은 곧바로 장바구니에 실린다. 이렇게 매장에서 5㎞ 반경 내에선 1시간~1시간 30분 이내에 배송이 가능하다. 롯데마트 역시 향후 기존 일부 매장들을 단계적으로 풀필먼트스토어로 리뉴얼할 계획이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쓱(SSG)닷컴의 경우 기존 매장이 아닌 별도의 물류센터를 통해 배송을 진행한다. 신선식품에 강점을 두면서 쓱닷컴의 지난 1분기 매출은 917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다.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id=202007241602451&pt=nv#csidx5a52dd3c77576059fa9aff3c912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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