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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대치동 3차 대전’

 
위 사진부터 대치동 하이마트,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롯데백화점 강남점 모습.    롯데쇼핑 제공

위 사진부터 대치동 하이마트,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롯데백화점 강남점 모습. 롯데쇼핑 제공

유통업계 ‘공룡’인 롯데와 신세계가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 한판 붙고 있다. 서울 소공동에서 시작된 롯데와 신세계의 1차 유통대전과 영등포에서 벌어진 2차 전쟁에 이어 최근에는 대치동 일대에서 3차 대전이 진행 중이다.

학원들이 많은 대치동은 유동 인구가 상당한 보기 드문 ‘알짜 상권’이다. 유치원·초·중·고·재수생과 자녀들을 학원으로 실어나르는 학부모까지 몰리면서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 오후 6~10시 사이에는 이 일대 도로가 인파와 차들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룬다.

■ 영원한 맞수 롯데와 신세계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한파에도 대치동 한복판은 롯데와 신세계의 상권경쟁으로 뜨겁다. 비싼 임대료에도 두 기업이 대치동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학원이 밀집해 유동 인구가 워낙 많고 지하철역과 가까운 데다 대단지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어 고정적인 매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또 유치원생부터 재수생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데다 방학 시즌에는 유학파까지 찾아와 새로운 트렌드를 재빠르게 읽어낼 수 있다.

최근 싸움에 불을 지핀 것은 신세계다. 롯데백화점과 롯데슈퍼 등이 장악하고 있던 대치동 일대에 노브랜드, 노브랜드 버거, 이마트24, 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 매장들의 간판이 대거 내걸리자 롯데가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치동 시대’는 롯데가 20년 전(2000년) 대치동에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열면서 시작했다. 이어 지하철 3호선 대치역에 하이마트(2005년)가 들어섰고 롯데슈퍼 은마점(2007년)과 대치점(2008년)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롯데가 사실상 20년 가까이 지역상권을 독차지했다.

신세계가 롯데의 주무대인 대치동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2년여 전부터다. 2018년에 초저가 할인매장인 노브랜드가 지하철 대치역에 이어 한티역에 문을 열었고, 직영점 노브랜드 버거는 올 초 은마사거리에 이어 지난 4월엔 대치역에 추가 출점했다. 편의점 이마트24와 스타벅스도 조금씩 매장 수가 늘면서 현재 각각 6개, 7개가 일대에서 성업 중이다. 은마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모씨(48)는 “롯데백화점과 롯데슈퍼를 10년 넘게 찾았는데 최근에는 노브랜드와 이마트24에도 자주 간다”면서 “이 동네는 원래 롯데 ‘붉은’ 간판이 전부였는데 신세계 ‘노란’ 간판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위 사진부터 스타벅스 대치역점, 신세계백화점 소공동 본점(1963년 개점 당시), 노브랜드 버거 대치역점.    신세계백화점 제공

위 사진부터 스타벅스 대치역점, 신세계백화점 소공동 본점(1963년 개점 당시), 노브랜드 버거 대치역점. 신세계백화점 제공

■ 서울 명동과 영등포에서의 1·2차 대전

롯데와 신세계의 ‘1차 대전’은 서울 명동에서 비롯됐다. 신세계는 1963년 지하 1층·지상 6층의 총 7개 층짜리 백화점을 남대문시장 입구에 세우며 재래시장과 생계형 소매점이 전부였던 명동 상권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업계 처음으로 바겐세일(1967년)도 진행했다. 1964년에는 국내 최초로 우편광고물 마케팅을 시작했고 1974년에는 국내 백화점 중 유일하게 해외 의류브랜드를 판매했다.

롯데는 1979년 소공동에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로 백화점을 열었다. 신세계보다 10여년 늦었지만 ‘쇼핑 1번지’라는 명성을 얻었다. 서울 인구 800만명 시대였던 당시 개점 첫날 30만명을 비롯해 하루 평균 10만명이 찾아 개점 100일 만에 입장객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1982년 단일 점포로는 유통업계 최초로 연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 기업이 또다시 격전을 벌인 ‘2차 대전’은 서울 영등포에서 벌어졌다.

신세계가 1984년 영등포점을 열면서 지역상권 활성화에 나서자 롯데는 1991년 부도심 개발과 지하철 건설 증가에 힘입어 국내 최초로 영등포 민자역사에 백화점을 세웠다.

지금도 영등포 상권은 두 기업의 리뉴얼 경쟁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신세계 영등포점은 지난해 타임스퀘어점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리빙관(생활전문관)을 시작으로 올해 식품, 영패션, 해외패션 전문관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스포츠, 스트리트패션, 잡화 등 젊은 고객을 겨냥한 33개 각기 다른 브랜드를 한데 모은 매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롯데도 이에 뒤질세라 백화점 전층 리뉴얼에 들어갔고, 오는 12월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고객인 20~30대를 겨냥한 특화된 매장으로 서울 강남 가로수길을 걷는 것 같은 신개념 백화점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 3차 대전은 대치동 학원가에서

최근 진행되는 신세계의 대치동 공략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롯데와 정면 승부를 펼치는 것은 아니지만 빈틈을 노리는 전략이다. 신세계 노브랜드는 2개점이나 영업하며 와인, 피코크 전문 매장을 따로 두는 등 고급화와 전문화로 대치동 주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노브랜드 버거 매장은 젊은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편의점 업계 후발주자인 이마트24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도 대거 출점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이 지역의 유통 맹주였던 롯데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롯데는 백화점 강남점으로 일찌감치 대치동 주부들을 단골로 확보했지만 신세계의 시장공략을 방어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편하게 주차한 뒤 쇼핑할 수 있는 독특한 ‘학부모 클럽’을 선보이고 있다. 무료 주차와 무료 음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학원, 독서실, 한의원 등 제휴 혜택을 한층 넓혔다. 지난해 말에는 세계적인 리빙브랜드를 한데 모은 ‘더콘란샵’을 백화점 바로 옆에 오픈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은마아파트와 마주한 하이마트는 50평 규모에 지하 1층과 1층 2개 층을 운영하며 휴대폰 등 디지털을 무기로 젊은 고객층을 유인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학원가에 인접해 있는 롯데슈퍼는 가격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도곡동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이 고객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동에서 시작된 신세계와 롯데의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라면서 “롯데는 덩치를 앞세운 규모의 경제로, 신세계는 구석구석 밀착형으로 대치동에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007192144015&code=920501#csidxa82da2ade85c29e8b864973a4c470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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