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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ON vs 쓱닷컴, 이커머스 재패 위한 '용병술'

기업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단연 인사(人事)가 꼽힌다. 해보지 않던 새로운 일에 뛰어드는 만큼 그에 적합한 인재를 등용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커머스라는 신시장 안착에 사활을 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상반된 용병술이 눈길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지주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하던 인물을,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오랜기간 역량을 쌓은 인물을 전면에 내세웠다. 각각 사무형 인재와 실무형 인재로 수렴된다는 평가다.

◇롯데 '사업부문' 내 편입…이마트부문 '독립 계열사'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각각 롯데ON(이하 롯데온)과 에스에스지닷컴(이하 쓱닷컴)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통 전 사업부문을 각각 롯데온과 쓱닷컴이라는 플랫폼 하나에 집결시킨다는 같은 콘셉트를 내걸었지만 세부전략은 완전히 다르다. 롯데온은 롯데쇼핑의 한 사업부문으로, 쓱닷컴은 ㈜이마트를 모기업으로 한 독립 계열사로 운영하고 있다.

형태는 비슷하지만 상이한 세부전략을 펼치는 각사의 수장도 다른 성향 및 이력을 갖고 있어 주목된다. 롯데온은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문 대표가, 쓱닷컴은 최우정 대표이사가 이끈다. 조 대표는 롯데쇼핑의 대표이사인 강희태 부회장의 지휘 하에 움직이지만 최 대표는 단독 대표이사로서 자율권이 더 많이 보장된다.

특히 이마트부문을 총괄하는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관여하면서 힘을 실어준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정 부회장은 최근 공평동 쓱닷컴 사옥으로 출근하며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대표(좌), 최우정 에스에스지닷컴 대표이사(우)


롯데온과 쓱닷컴의 상이한 전략은 각 수장의 이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롯데온을 이끄는 조 대표는 1966년생으로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90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했다. 영업기획과 마케팅 등의 업무를 거치다 롯데그룹이 지주사로 전환된 2016년 롯데지주로 이동해 경영전략실에서 근무했다. 가치경영팀장으로 계열사의 업무조율 등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일이 주업무였다.
 


쓱닷컴을 이끄는 최 대표는 조 대표와 동갑내기인 1966년생으로, 숭실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온켓 등 주로 포탈업체서 경력을 쌓다가 2006년 이커머스 초창기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다음 디앤샵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2007년 디앤샵이 GS홈쇼핑에 인수되면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1년여의 공백을 갖기도 했지만, 구원투수로 다시 와달라는 GS홈쇼핑의 러브콜에 2009년 3월 다시 디앤샵의 대표이사가 됐다. 그러나 2010년 ㈜이마트의 온라인사업담당 임원으로 이동하며 새둥지로 갈아탔다.

 


조 대표는 롯데그룹이라는 한 울타리 내 '백화점' 단일채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은 반면 최 대표는 다양한 포탈업체서 근무해 본 경험은 물론 초기 이커머스 시장을 형성하며 성장해 온 20여년차 베테랑 전문가인 셈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조 대표는 국내 최대규모라는 롯데백화점에서 탄탄대로를 걸어온 인물이지만 최 대표는 창업 수준의 작은 포탈부터 차근차근 성장해 왔고, 디앤샵을 통한 흥망성쇠도 겪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조영제 대표와 최우정 대표는 동갑내기지만 참 다른 경험과 역량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 업계서 회자되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유통 카테고리에 있었지만 조 대표는 백화점 중심의 전략기획에 능한 사무형 인재인 반면 최 대표는 이커머스 시장에 잔뼈굵은 그야말로 실무형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 사업부문의 빠른 통합 '우선'…독립된 쓱닷컴, 인프라 구축 '적극'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조 대표와 최 대표라는 인물을 적임자로 낙점한 배경은 역시 각사의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올초 롯데온을 맡게 된 조 대표는 통합되지 않은 여러 유통채널들을 하나로 모으는 업무를 맡을 구원투수였다. 백화점·마트·슈퍼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담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전략적으로 통합할 인물이 필요했다.

롯데쇼핑 내 각 사업부문은 각 채널특성에 맞게 전혀 다른 구매·물류·배송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워낙 오랜시간 견고하게 짜여진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를 롯데온으로 통합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더욱이 올 3월께 롯데온을 론칭하겠다는 선언을 이미 해둔 상황에서 서둘러야 했다. 롯데쇼핑을 이끄는 강 부회장의 '원톱체제' 하에 빠르게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룹과의 원활한 소통도 요구됐다. 3조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것은 물론 롯데그룹 유통사업의 생존이 달린 문제였던 만큼 그룹측과도 소통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유통사업을 잘 알면서도 전략 및 기획력이 탁월한 인물이 물망에 올랐고, 이를 모두 충족할 적임자로 조 대표가 낙점됐다. 조 대표는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하며 강 부회장과 호흡을 맞춰본 것은 물론 그룹에서 근무해 본 경험도 있다. 특히 롯데지주 가치경영팀장으로 근무하며 계열사 시너지 창출 등의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롯데쇼핑 내 사업부문을 통합하고 시너지 창출을 실현시킬 적임자로 꼽혔다. 기술이나 실무적인 부분보다도 '어떻게, 얼마나 빨리 통합을 이룰 것이냐'가 관건이었던 셈이다.

 

 

반면 오랫동안 온라인 사업을 추진해 온 경험이 있는 쓱닷컴 입장에서는 이미 이룬 통합보다는 기술 및 실무적인 역량이 더 중요했다. 이미 쓱닷컴이라는 별도법인을 마련한 것은 물론 개별적인 물류센터 등 인프라 설립을 하는 상황에서 이를 더욱 심화 및 강화시킬 인물이 필요했다. 이커머스 시장에 능동적이고도 유연하게 적응해 나갈, 기술도 트렌드도 잘 아는 실무형 전문가가 요구됐다.

이에 더해 이마트부문의 비전 및 업무방식 등에 있어 정 부회장과 교감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이커머스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며 힘을 실어주는 상황에서 원활한 소통은 당연한 조건이 됐다. 자연스럽게 초창기부터 온라인 사업을 이끈 최 대표가 적임자로 낙점됐다. 최 대표에게 전권을 부여하며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로 쓱닷컴의 외형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사업인듯 보이지만 롯데온과 쓱닷컴은 지향점도 다르고 업계 내 입지도 다르기 때문에 각각 다른 역량을 가진 인물이 수장에 오른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각사의 상이한 용병술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업계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http://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007171303215320108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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