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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한발 빨랐던 사옥 활용의 역사

  • 사옥매매,사옥이전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보유 부동산을 팔아 자산을 유동화하는 데 적극적인 추세다. 롯데쇼핑에 이어 신세계그룹이 리테일부동산 매각 행렬에 동참했고 본사 사옥 거래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SK그룹은 이런 점에서 상당히 앞서간 측면이 있다. 대기업 사옥 매각이 흔치 않았던 십수년 전 부터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서린빌딩을 유동화 수단으로 활용했다. 2년 전에는 지주사인 SK㈜가 사옥을 계열사에 넘겨 연구개발비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실리가 우선' SK㈜본사 팔아 미래 투자

SK㈜의 본사 서린빌딩은 현재 부동산 펀드가 소유하고 있다. 펀드 출자자는 SK그룹 계열사들 (65.2%)과 국민연금(34.8%)으로 이뤄졌다. SK㈜가 건물을 통으로 임차하고 나머지 계열사들에 재임대하는 형태다.

SK서린빌딩 전경.


해당 펀드가 SK㈜로부터 임대료 및 관리비 등을 받아 거두는 매출은 연 360억원 수준, 임대차 계약기간은 2021년 3월 27일까지다.

SK㈜가 서린빌딩을 매각한 것은 2005년이다. SK그룹을 대표하는 건물로 의미가 각별했다 보니 시장에서는 뜻밖의 결정으로 받아들였다. 서린빌딩은 최태원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끝에 그의 사후인 1999년 완공됐다. 재계에서 ‘SK’ 하면 서린빌딩을 떠올렸을 정도다.

게다가 그 때만 해도 대기업들에게 본사 사옥은 자존심이자 얼굴처럼 여겨졌다. 실제 SK㈜는 사옥 매각에 대한 이사회 의결을 거치는 데 뜻이 나눠지기도 했다. 본사의 상징성과 국내 문화를 감안할 때 빌딩 매각이 자금난을 의미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며 일부 사외이사들이 부정적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수천억원 짜리 사옥을 그대로 두기보다는 현금으로 굴리는 게 낫다는 데 뜻을 모았다. 공격적 경영 스타일로 유명한 최태원 회장 역시 부동산을 판 돈으로 더 큰 수익을 내면 된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결단의 배경에는 정유사업 확대를 위한 SK인천석유화학(옛 인천정유) 인수가 있었다. 인수에 총 3조원을 넘는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SK인천석유화학을 사들이면서 SK그룹이 확보한 총 하루 정제능력은 111만배럴이다. 2위 GS칼텍스의 두 배에 이르는 독보적 수치였다.

다만 원유가격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줄면서 고도화설비 투자가 안되어 있는 SK인천석유화학은 고전을 거듭했다. 2015년까지 3년간 납부한 법인세가 4억원에 그칠 정도로 오랜 시간 적자가 쌓였다. 2016~2018년 9111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백조로 변신하나 했더니 지난해는 다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5% 하락했다. 유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인천정유 인수가 기대했던 성과로 돌아오진 못했지만 이는 결과론적 이야기”라며 “부동산을 그냥 쥐고 있기보다 미래 투자를 선택한 결정 자체가 의미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펀드 만기에 따라 서린빌딩이 매물로 나오면서 SK그룹이 다시 직접 품에 안을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빌딩을 판지 15년 만이다.

SK㈜의 우선매수권 행사는 사실상 확실시되는데 문제는 직접 매입 여부다. 직접 매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지만 신규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와 새로운 펀드를 조성할 것으로 보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직접 매입을 선택할 경우 대규모 자금 지출과 세금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데다 요즘은 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내년 3월까지이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주-세입자 위치 뒤바꾼 SK㈜와 SK하이닉스

사옥 손바뀜은 그룹 내부에서도 있었다. SK㈜는 2018년 12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SK U-타워를 SK하이닉스에 팔았다. 이 빌딩의 입주기업은 2015년 SK㈜와 합병한 SK C&C, SK하이닉스 단 둘이다.

SK U-타워 전경.


이에 따라 기존에는 SK㈜가 SK하이닉스로부터 연 64억원 정도의 임대료를 받았지만 작년에는 거꾸로 SK하이닉스에 임대료 101억원을 지불했다. 보증금은 82억원이다. 건물주와 세입자의 자리가 서로 바뀐 셈이다.

그룹 입장에서는 일거양득의 거래가 됐다. SK하이닉스가 매입을 결정한 계기는 U-타워에 근무 중인 낸드플래시 업무 인력이 급속도로 증가한 데다 추가 충원 계획까지 세우면서다. 그 전에는 경기도 이천 본사를 제외하고 서울 근교에서 세입자로만 전전했는데 안정적인 보금자리가 필요해졌다.

SK하이닉스는 최첨단 기술을 다루다 보니 보안이 생명이다. 하지만 SK U-타워는 기존 계열사 빌딩인 만큼 운영이나 보안시스템을 따로 손대지 않아도 됐고 건물 외벽과 로비 등에 붙은 SK 로고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었다.

SK㈜로서도 건물 매각대금 3086억원을 받으면서 투자나 연구개발(R&D)비용으로 쓸 수 있는 두둑한 실탄을 확보했다. SK U-타워는 연면적 2만9249㎡(약 8863평) 규모로 지상 28층, 지하 6층 건물이다.

◇적극적 유동화 기조, 계열사도 닮은 꼴

부동산자산 유동화에 전향적인 스탠스는 지주사인 SK㈜뿐 아니라 계열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2012년 말 사옥으로 쓰던 서울 남산그린빌딩과 구로 사옥, 장안 사옥 등을 일괄 매각했다. 매각 배경을 두고는 재무구조 강화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남산그린빌딩을 유동화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SK텔레콤이 처음 밝힌 것은 2004년경인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현실화됐다.

매수자로 나선 것은 이지스자산운용이다. 이지스KORIF사모부동산투자신탁18-1호와 18-2호를 통해 장안 사옥을 제외한 2개 빌딩을 2900억원에 사들였으며 펀드 만기는 10년이다. ‘세일앤드리스백(sale and lease back·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업무 공간에 별도로 변화는 없었다.

사옥을 판 사례는 아니지만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 매각 역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빅딜로 평가된다. SK네트웍스는 꽤 오래 전부터 주유소 자산을 활용한 현금 창출 방안을 고민해왔다. 부채비율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200%대를 웃돌았고 보유 현금은 해가 갈수록 줄어든 탓이다.

이 회사의 주유소 자산유동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포착된 것은 2~3년 전부터다. 이 때는 세일앤드리스백 형태로 주유소사업을 계속 영위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하지만 수년간 딜이 성사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유소사업의 저조한 수익성이 걸림돌이었다.

결국 주유소사업을 접는다는 의미의 통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 최초 '주유소 리츠' 카드를 꺼내든 코람코자산신탁과 시장점유율 확대 의지가 컸던 현대오일뱅크의 맞손이 성사되면서 빅딜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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