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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문 여는 대형 유통매장, '상생법'에 줄줄이 발목

연내 오픈을 앞둔 대형 유통매장들이 출점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역상인들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에 따라 사업조정을 신청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유통기업들은 신규 출점을 통해 성장 활로를 찾겠다는 방침이지만 골목상권과 이견을 좁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 NC백화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 현대 프리미엄아웃렛 등 유통 대기업의 신규 출점 매장이 상생법에 막혀 난항을 겪고 있다. 이랜드는 당초 내달 28일 오픈 예정이던 NC 신구로점 개점 일정을 한 달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사업조정을 신청한 서울남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과 경기광명시슈퍼마켓협동조합과 아직 협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점포는 AK플라자 구로점이 철수한 자리에 재오픈하는 형태지만 상생법에 따라 인근 상권과 다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상생법 제32조에 기반한 사업조정은 대기업 사업 확장으로부터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분쟁 조정제도다. 양측 간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중소벤처기업부는 사업조정심의에 따라 대기업의 사업 일시정지·연기·축소를 권고할 수 있다.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안성에 입점하는 트레이더스 매장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남부슈퍼마켓협동조합은 대규모점포로 분류되는 트레이더스 매장이 들어서면 상권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이달 들어 한 차례 자율조정회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현대프리미엄아웃렛 남양주점도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대전에 이어 11월 남양주에 프리미엄아웃렛을 열고 성장이 정체된 백화점을 대체할 성장 동력으로 꾀했지만 상생법에 발목을 잡혔다. 남양주패션유통사업협동조합, 하남패션협동조합과 수차례 자율조정회의에도 불구하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전경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전경>

올해 초부터 이어진 양측 간의 공방이 지속되면서 출점 일정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남양주 패션타운 해피몰을 비롯해 지역 의류 도소매업체들로 구성된 패션조합은 대기업 아웃렛 출점이 코로나19로 악화된 지역 상권을 초토화시킨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업황에도 저성장을 타개하기 위해 신규 출점에 나선 유통업체들의 고심도 깊어졌다. 특히 이번에 출점하는 창고형 할인점과 아웃렛은 달라진 유통 환경에 침체에 놓인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대신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꾀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실제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1조3326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20.2% 늘었다. 같은 기간 할인점이 1.6% 역신장한 것과 대조되는 성과다. 아웃렛도 마찬가지다. 백화점 대비 저비용 구조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시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아웃렛 매출 비중을 끌어올려 캐시카우로 삼겠다는 구상이지만 지역 상권과 극심한 마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지역 자치단체도 당혹스러운 눈치다. 코로나로 고용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대형 유통매장 출점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형 아웃렛 형태의 NC신구로점은 지역 주민 500명 채용 방침을 밝혔다. 안성 트레이더스도 채용박람회를 통해 지역민을 우선 채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상생법이 변수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조정제도가 유통업체들의 사업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면서 “내수 촉진과 고용 활성화를 위해서도 대기업과 소상공인은 물론 소비자 관점까지 고려한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s://www.etnews.com/2020072000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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