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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계획 용역 착수...'송현동 부지' 공원화 밀어붙이는 서울시

대한항공이 매각을 추진 중인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 3만 6,642㎡에 대해 서울시가 개발 기본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를 바라고 있는 서울시가 민간 매각을 추진하는 대한항공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분석된다.

13일 서울시와 부동산 개발업계에 따르면 시는 ‘송현동 부지 활용을 위한 공론화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시작했다. ‘부지 활용 방안’이라는 포괄적인 이름이 붙었지만 내용은 서울시가 주장해 온 대로 공원화를 위한 계획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용역은 서울시가 기존에 ‘도심 내 대규모 민간부지 활용 기본 구상 수립 용역’이라는 이름을 긴급하게 변경해 진행하는 사안이다. 송현동 부지는 기존 용역의 시범 사례로 검토 중인 곳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자 이 용역의 포커스를 아예 송현동 부지로 맞춰 새롭게 용역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용역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내년 5월로 예정돼 있다.

 

현재 땅 주인인 대한항공은 현금 유동화를 위해 지난달 삼정 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입찰 작업에 들어갔다. 반면 서울시는 시와 수의 계약을 맺고 공원화를 진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부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하려면 수용 절차를 거쳐 감정평가액 대로 땅값을 지불하기 때문에 높은 금액을 쓸 수록 유리한 경쟁 입찰에는 참여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개발 기본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대한항공의 민간 매각에 맞서 공원화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가 기본계획까지 세워가며 공원화를 추진하는 것이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을 압박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송현동 부지가 민간 매각돼 주인이 바뀌더라도, 개발을 위해서는 결국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와 협상해야 한다. 서울시가 이미 공원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데다 기본 구상까지 마련한 상황에서 공원 이외의 다른 개발을 하기는 쉽지 않다.

 

 



만일 서울시가 바라는 대로 수의 계약으로 전환돼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할 경우에도 개발 기본계획은 반드시 필요하다. 재정 사업으로 공원화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필수 코스인 타당성 조사와 투자심사 등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 기본계획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한편 대한항공이 서울시와 협상에 나설지, 민간 매각을 계속 밀어붙일지 여부는 이러한 규제 환경과 가격을 저울질 해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부동산 업계에선 송현동 부지 몸값이 5,000억 원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공원화할 경우 감정평가액대로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매입가는 낮아진다. 서울시가 헐값으로 사들이는 셈이다.

송현동 부지는 각종 규제에 막혀 23년간 개발이 되지 못하고 주인만 바뀌어왔다. 경복궁 인근이라는 특성 때문에 건축물 높이는 12m 이하로 제한되며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100~200%에 불과하다. 대한항공은 7성급 한옥 호텔을 지으려다 학교 주변에 호텔 설립을 금지하는 학교 보건법에 막혀 개발을 포기했고, 대한항공 이전에 송현동 땅 주인이었던 삼성생명 역시 미술관을 세우려다 실패한 전력이 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1Z2QHZ7Q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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