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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임대료도 소용없어요"…무너지는 '상권 1번지' 명동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매출이 90%나 줄었는데 임대료를 반으로 깎아준다고 상인들 사정이 나아지겠습니까. 임차인들은 '착한 임대료'도 싫대요. 점포를 내놓는 사람은 많은데 인수할 임차인이 없어요."(명동 A공인 관계자)

'대한민국 상권1번지'인 서울 명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경기침체에 무너지고 있다. 해외 관광객 비중이 85% 정도로 높은데다 월 임대료가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불황에 빈 점포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8일 오후 방문한 명동 일대에서는 '임대 문의' 전단지가 붙어 있는 빈 점포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대부분 코로나19 사태 전만 해도 관광객들로 붐비던 의류매장이나 식당들이다. 일부 점포는 급하게 영업을 접은 탓인지 'SALE' 현수막도 그대로 걸린채 문 이 닫혀 있었다. 이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매출 급감으로 문을 닫기 위해 남은 계약기간 동안 가게를 인수할 사람을 찾기 위한 기존 임차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새 임차인을 구하기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게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위치와 계약조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1층 점포 월 임대료가 최소 1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선에 달하는 탓이다. 매출은 줄었는데 월세는 꼬박 내야 하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임차인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명동역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점포를 찾는 수요가 없으니 상인들도 자포자기한 상태"라며 "최근엔 임대차 거래가 없어 문을 닫은 중개업소도 많다"고 말했다.

골목길이나 건물 2층 점포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부분 개점 휴업 상태여서 한때 수억원에 달했던 권리금을 대폭 낮추거나 아예 안받는 매물도 나오고 있지만 그마저도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당수 점포주들이 임대료를 20~50% 낮춰주고 있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월세는커녕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이곳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는 C씨는 "다른 상권이 다 죽어도 명동은 잘 돌아갔는데 이렇게 유동인구가 줄어든 것은 장사 십몇년 만에 처음 겪는다"며 "메르스 때도 3개월 정도 힘들다 회복됐는데 지금은 그럴 것 같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임대 문의를 써붙여 놓은 명동 점포 (사진=문제원 기자)

임대 문의를 써붙여 놓은 명동 점포 (사진=문제원 기자)

 

명동의 위기는 경매 시장에서도 엿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명동 상가 밀집지역의 3층짜리 소형빌딩이 약 50억원에 경매에 나왔지만 유찰됐다. 명동 일대 건물은 경매로 나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인데다 이따금 시장에 매물이 나오더라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 지역 D공인 대표는 "3년 전만 해도 경매로 나왔으면 입찰에 사람들이 몰렸을 물건"이라며 "임대료조차 제대로 받기 힘든 상황이니 입찰가가 낮아져도 주인을 찾기는 쉽지 않을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명동 일대 상가의 투자 기대수익률은 3.5~4% 정도였다. 건물가격이 40억원대라면 공실 없이 최소 1000만원 중후반대의 월 임대료가 나와야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 지역 E공인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명동 일대 월세가 조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https://www.asiae.co.kr/article/2020040912091286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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