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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뉴스

청년에게 외면받는 '역세권 청년주택'

최근 서울에 위치한 역세권 청년주택에서 임대주택 당첨자들이 대거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무주택자를 위해 지은 역세권 청년주택이지만 시세 대비 가격이 저렴하지 않고, 코로나19 사태로 청년들의 호주머니도 가벼워져 입주를 포기한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는 이 같은 현상을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파악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확대에만 집중하고 있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한평역 인근에 위치한 역세권 청년주택은 지난 14일 기준 일반공급분 잔여 50가구(원당첨자의 미계약분)를 기록했다.


용답동 역세권 청년주택의 총 일반공급이 118가구였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42.3%가 미계약분인 것이다.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한 종로구 숭인동의 역세권 청년주택 역시 이달 초 기준 대량 계약 취소(207가구 중 180여 가구)가 발생했다. 두 단지 모두 경쟁률이 10대1을 넘었는데, 정작 당첨자가 대거 계약을 취소한 것이다. 앞서 충정로역 앞에 지어진 역세권 청년주택 역시 지난 2월 정당계약 당시 민간임대 450가구 가운데 300가구 이상이 미계약으로 남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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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청년주택이 외면받은 이유는 월 임대료가 싸지 않았기 때문이다. 용답동 역세권 청년주택의 민간임대(일반공급)는 보증금(전용 14㎡ 기준) 3800만~4900만원에 월 임대료가 34만~39만원이다. 이 같은 민간임대는 장한평역 인근 A오피스텔과 거의 비슷한 가격대이며, 단독·다가구주택(비슷한 보증금에 월 임대료 15만원)보다는 당연히 비싸다.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은 한술 더 떠서 월 70만~80만원에 달하는 높은 임대료(관리비 포함)를 요구하다가 청년들에게 외면받았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선 청년들의 불만 글이 넘쳐났다.


"청소비, 식대, 인터넷 등 옵션비만 40만원대다" "청년들을 상대로 등골 빼먹으려는 거다" 등 의견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사업주는 옵션비를 제외하고 현재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 담당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방에서 대학생이 올라오지 않아 계약을 취소하거나 단독·다가구, 기존 오피스텔에 살던 청년이 굳이 조금 더 비싼 곳으로 갈아타지 않겠다고 판단해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두 단지는 무주택 청년들에 한해 선착순으로 입주 신청을 받고 있다. 당초엔 청년은 전용 14㎡, 신혼부부는 전용 28㎡만 지원 가능했는데 미계약 사태에 문턱을 확 낮춘 것이다. 하지만 이에 더해 일반 임대분(현재 주변 시세 95% 이하)의 임대료를 주변 시세에 비해 확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역세권 청년주택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SH공사 선매입·선분양을 통해 일반 임대분 비중을 줄이고, 그만큼 반값 이하 아파트를 더 늘리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비싼 임대료 문제보다는 규제를 완화해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시는 최근 대지면적 1000㎡ 이상 대상지를 2·3종 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해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할 경우, 세 가지 요건(준주거·상업지역이 있는 역세권, 중심지 역세권, 폭 20m 이상 간선도로변 인접)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가능하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작 학생들은 관리비 부담에 허덕인다"며 "진정으로 청년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표를 의식하고 실적만 채우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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