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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뉴스

요즘은 강남 안 가지" 망해가던 서현역의 이유있는 부활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서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 5개 출구와 이어진 ‘서현역 AK플라자 만남의 광장’은 인파로 북적댔다. 서현역 일대에서 영업 중인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5곳에는 빈 자리가 전혀 없었다. 분당에 사는 A(25)씨는 “1~2년 전까지만 해도 강남역에서 친구들과 자주 만났지만, 요즘엔 굳이 분당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며 “서현역에 다 있는데 강남까지 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서현역 상권은 분당의 최고 번화가로 꼽힌다. 한 때 판교신도시 개발과 신분당선 개통에 따른 이른바 ‘빨대효과’로 강남역 등에 손님을 빼앗기면서 공실이 심각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전국적인 불경기 속에서도 탄탄한 상권을 자랑한다. 지난해 1분기 서현동이 포함된 분당 일대 상가 공실률은 0.9%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서현동은 어떻게 분당의 대표 상권으로 부활할 수 있었을까.
 
[땅집고] 분당 대표 상권인 서현역 중심거리. /네이버지도

■ 전용 10평 상가에 권리금만 4억대

서현역 상권은 지하철역과 대단지 아파트 중심으로 형성했다. 구청·세무서 등 관공서와 영화관·대형서점·병원·대형 마트 등 생활편의시설도 밀집해 있다. 서현역은 하루 평균 승·하차 인구가 평일 기준 6만 2000여명에 달한다. 이용객은 서울 지하철 2호선 대림역, 4호선 명동역과 비슷한데 서현역은 환승역이 아니고 주변에 버스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국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평가다.

서현역에서 이매촌 등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가는 길에는 로데오거리가 형성돼 있다. 거리 양쪽에 늘어선 지상 5층 규모 상가 건물에는 식당·카페·병원·화장품 가게 등이 공실 없이 꽉 들어찼다. 서현역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로변 전용 10평대 점포는 권리금만 최대 4억원쯤 줘야 한다”면서 “뒷길 점포에도 최소 5000만원 정도 권리금을 붙었다”고 말했다.

 
[땅집고] 상권별 중대형 상가 공실률 추이. /한국감정원

서현동 상권의 인기는 공실률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현동이 포함된 분당 상권의 2019년 1~4분기 평균 공실률은 2.7%에 불과하다. 서울 신림(2.1%), 수유(2.57%)에 이어 전국 최저 수준이다.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 하나인 강남대로 상권 공실률(3.8%)보다 낮다.

■ 불과 3년 전까지 공실률 17% 넘어

서현역 상권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큰 위기를 겪었다. 상권이 형성된지 25년을 넘어가면서 노후한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었던 것. 엎친데 덮친 격으로 판교신도시가 입주한 뒤 상황이 더 나빠졌다. 스트리트형 상가 붐을 주도한 ‘판교 아브뉴프랑’과 수도권 최대인 ‘판교 현대백화점’에 손님을 상당부분 빼앗긴 것. 여기에 20~30대 젊은층은 신분당선 전철 개통 이후 강남으로 만남의 장소를 바꿨다. 실제로 분당의 공실률은 판교 상권이 급부상하기 시작하던 2015년 1분기 10.1%, 2016년 1분기에는 17.1%까지 치솟았다. AK플라자는 주력 매장인 분당 서현점의 부진으로 당시 백화점 업계 꼴찌로 추락하기도 했다.

 
[땅집고] 불을 환하게 밝힌 서현역 일대 상권. /블로거 '메탈'

하지만 서현동 상권엔 숨은 경쟁력과 저력이 있었다. 먼저 서현역 상권 터줏대감인 AK플라자는 리모델링 공사로 내부를 확 뜯어고치는 변신을 시도했다. 지하 1층에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 집합 공간 ‘앤그라운드(&ground)’를 만들어 ‘원더플레이스’ 등 인기 의류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지상 1층 서현역 만남의 광장엔 유명 연예인 초청 행사와 공연을 수시로 열어 젊은 고객층을 불러들였다.

판교나 강남보다 저렴한 땅값과 임대료,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것도 서현동 상권 부활의 원동력이 됐다. 분당 주민 B(35)씨는 “판교는 어딜가도 밥 한끼에 1만원이 넘고 아브뉴프랑이나 현대백화점 외에는 달리 갈 곳이 없어 쉽게 질렸다”며 “서현동에 가성비 좋은 유명 식당과 카페가 속속 생기면서 자주 찾게 됐다”고 했다. 직장인을 겨냥한 판교 일대 상가들이 문을 닫는 늦은 저녁에는 판교 IT 단지 직원과 아파트 주민들이 서현역 상권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지하철 분당선 각 역과 판교를 잇는 마을버스와 시내버스가 늘어나면서 접근성이 좋아진 것이다.

■ 유명 프랜차이즈도 서현역 상권에 입성

 
[땅집고] 서현역 상권은 지하철 1·5, 3·4번 출구 방면 두 갈림길 위주로 점포가 밀집해 있다. /박기홍 기자

서현역엔 술집과 각종 프랜차이즈 업종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그런데도 학원가와 아파트 단지가 인근에 있어 치안이 좋다는 평가다. 이런 까닭에 고객층이 10대부터 30~40대 청장년층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수제 맥주 전문점 ‘브롱스’와 양대창구이집 ‘오발탄’ 등 서울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강남 대신 서현역에 잇따라 점포를 내고 있다.

다만 변수가 생겼다. 판교에 제2·3 테크노밸리를 짓고 있는 것. 판교 일대 상주인구가 늘어나면서 서현동 상권이 더 성장할 수도 있고, 반대로 판교신도시 개발 초기처럼 고객이 빠져나가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규모 면에서 서현역 상권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서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판교 중심상업지역 면적은 서현역 상권의 절반도 안 된다”면서 “앞으로도 젊은 층을 비롯한 판교 거주민의 서현역 이용 빈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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