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부동산뉴스

현대 고층 오피스 빌딩의 기원

Seagram building
출처: Flickr 
[문화뉴스 MHN 우지혜 기자] 2호선 강남역부터 3호선 신사역까지 이어지는 커튼월 건물들과 광화문부터 청계천, 그리고 명동까지 이어져 밤늦게까지 청계천을 압도적으로 내려다보는 고층건물들의 모습들. 익숙하다 못해 지겨운 광경들이지만 천편일률적으로 보이는 수많은 상업용 건물들의 디자인도 한 때는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다.

20세기 건축의 3대 거장 중의 하나인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에 의해 설계된 38층짜리 '시그램 빌딩'은 현대 고층 오피스 빌딩의 시초였다. 마감부터 인테리어, 가구까지 광적으로 디테일에 집중했던 미스의 장인 정신이 20세기 건축의 역작을 남겼다. 

시그램 빌딩은 다양한 측면에서 건축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 중의 하나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스는 1920년대부터 건물을 디자인해왔지만 상업 건물을 설계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시그램 빌딩에서 처음이었다는 사실이다. 시그램 빌딩의 설계자의 후보로는 위에서 언급했던 20세기 건축의 3대 거장 중 나머지 두명으로 꼽히는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와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있었다. 하지만 그 코르뷔지에는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평이 있었고 그 당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나이는 90세에 가까웠다. 캐나다 기반 회사인 시그램은 뉴욕의 첫 번째 커튼월 건물이자 첫 번째 현대의 성상이었던 래버 하우스(The Lever House)에 감명을 받았고 1950년대 중반에 뉴욕의 파크 에비뉴(Park Avenue)에 시그램 본사를 짓기로 결정했다. 

시그램빌딩은 뉴욕에서 가장 현대적 아이콘의 하나가 되는 것에 안주하지 않았다. 이 빌딩은 외피가 청동으로 마감되어있는데 청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조각품들이 청동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 건물은 조각품이 그렇듯이 고색{古色)인 파티나를 띄고 있는데 파티나는 넓은 의미로는 물체 표면에서 생기는 모든 외피의 변화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 띄고 있는 유명한 초록색 색감 또한 동상의 구리 표면에서 자연적으로 얻어진 파티나에서 온다. 시그램 빌딩도 단순히 진한 갈색의 반복이 아닌 조각품과 같은 복잡하고 미묘한 색감을 갖고있다.


고대 로마 건축의 기둥에서 볼 수 있는 세로 홈 기둥
현대에 이르기 전까지는 건축에도 미술계와 같이 사조라는 분명한 흐름이 있었다.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등의 양식은 누구나 어디선가 들어 보았을 단어들이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사조와 양식이라는 개념이 없어졌고 건축 역사상 어느 때보다 양식에서 자유로운 시기를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현대 건축에는 원칙이 없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한다. 미스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고 그래서 이 현대 건축에는 없는 원칙을 서양 건축사의 기원이 되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끌어왔다. 


기둥에서 줄무늬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 Flickr
건물의 대칭적이고 절제된 디자인에서 서양 고대 건축을 관통하는 수학적이고 기하학적인 이미지를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광장에서 들어가는 입구의 기둥들을 보면 세로 줄무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건축 기둥에서 볼 수 있는 이어진 세로 홈처럼 보인다. 또한 그리스 파르테온과 같이 건물이 기단 위에 올려져 있고 건물의 전체적인 비례미가 건물의 높이에 비해 수평적으로도 큰 건물이라는 인상을 준다.

마지막으로 시그램 빌딩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은 이것이 갖고 있는 광장에 있다. 부지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들 중인 하나의 뉴욕에서 대지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광장을 만들어 열린 공간으로 남겨두었다는 것은 단순하지만 파격적이었다. 또한 현대 건축의 가장 큰 결점 중의 하나인 대중을 위한 공용 공간의 부재를 보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될만 하다. 미스가 이 광장을 공공적인 목적으로 설계했는지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머무를 수 있는 개방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그램 빌딩 이후 박스처럼 생긴 수 많은 커튼월의 상업용 건물들은 시그램 빌딩의 정신이 아닌 표면적인 것을 따라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금속과 유리의 건물이 2500년 전의 고대 건축에서 원칙을 찾아가며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균형의 개념을 건축으로 정교하게 풀어냈던 시그램 빌딩에서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면서 계승해야 할 건축 정신이 무엇인지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출처 : 문화뉴스(http://www.mhns.co.kr)

댓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