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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준주거 용적률 상향에 못난이 건물주들의 바빠진 셈법

  • 신축부지매매

지난달 31일 발표된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건물주가 늘고 있다. 건물 활용도를 높일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00년 지구단위계획을 만든 이후 20년 만에 손질하면서 준주거지역과 일반상업지역의 기준 용적률을 높였다. 준주거지역의 주거비율도 상향했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역세권도 아니고 큰 길가도 아닌, 애매한 입지 건물의 주인들은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기준 변경 발표 소식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바뀐 용적률을 적용하면 소유 물건의 사업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개발하는 편이 나을지, 제값을 주고 파는 편이 나을지 셈법이 다양하다.

우선 기준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건물을 높게 올릴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준주거지역의 기준용적률은 기존 250∼300%에서 300%로, 일반상업지역의 기준 용적률은 기존 300∼600%에서 500∼600%로 높아졌다. 다른 인센티브를 충족시키지 않아도 용적률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해준다는 뜻이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3층짜리 상가건물을 가진 김모씨(71)는 상업지역의 기준 용적률이 상향된 만큼 새로 건물을 올리면 얼마나 이익이 있는지 계산하고 있다. 김씨는 "서울과학기술대나 서울여자대학교, 광운대학교 등 주위에 학교가 많으니 건물을 개발해 상가와 주택 임대를 놓으면 수익이 더 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건폐율 50%에 용적률이 300%라면 100평의 대지에 바닥면적 50평짜리 건물을 6층까지 올릴 수 있지만, 용적률이 600%로 올라가면 12층까지 올릴 수 있다"면서 "근방에 오래된 저층 건물을 가진 건물주들이 이참에 원룸이나 상가로 새 건물을 울릴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땅의 가치가 높아진 김에 팔려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 발표가 나온 이후로 오래된 3층짜리 건물을 좋은 가격에 매도할 수 있겠느냐는 문의가 많다"면서 "주위 건물은 이미 신축빌라로 변신해 재개발구역으로 묶이거나 가로주택정비도 기대할 수 없는 물건이었는데, 이 소식으로 개발업자에게 제값 주고 팔겠다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건축사무소들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김경민 토담여기건축사무소 소장은 "사업자들은 판매 시설(상가)을 완판하기 힘드니 주거를 어떻게든 늘리기 위해 서울시가 제시한 인센티브 항목을 따랐다"면서 "그러면 늘 건물들이 비슷하게 지어지게 됐는데, 이번 결정으로 설계 자유도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용적률 상향 정책이 장기적으로 공급량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용적률이 증가했다고 바로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에 건물을 새 건물이 느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공급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결정은 서울시가 주택 공급이 부족했고 상가는 공급과잉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층고 제한이나 용도 제한이 있던 곳들의 사업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을 때 주택을 90%까지 지을 수 있기 때문에 분양성이나 사업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서울시 입장에서는 공급 효과를 내다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 주택 공급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와 정부 규제 등으로 분양 물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4월 주택건설실적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올 4월까지 분양이 2821가구게 그쳤다. 이는 지난해(8452가구)보다 66.6% 줄어든 수치다. 2~3년 뒤 입주할 아파트가 절반 이상 줄었다는 의미다.

장기적인 공급량을 내다볼 수 있는 인허가 실적도 급감했다. 서울에서는 올해 4월까지 주택 1만8025가구가 인허가를 받았다. 이는 지난해 1~4월(3만1700가구)보다 43.1%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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