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毒이 된 공격적 해외호텔 투자

레미콘 회사로 시작해 호텔·금융·자동차 판매 분야 등으로 숨 가쁘게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던 아주그룹에 비상등이 켜졌다. 아주그룹은 올해 창립 60주년이다. 그래서인지 공격적 투자를 감행했다. 아주캐피탈 매각(2,150억원) 등으로 확보한 풍부한 현금을 무기로 공격적인 투자계획도 짰다. 제2의 창사를 위한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기존 투자 계획을 뒤엎으면서 경영을 ‘위기관리 모드’로 바꿔야 했다. 회사체질 개선을 위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두산공작기계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했으나 전면 중단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9일 “아주산업이 현재는 레미콘 등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지만 경영권 승계 등을 감안하면 신성장사업이 절실하다”며 “그룹이 생존과 도약의 갈림길에 섰다”고 진단했다.

■서서히 옥죄여오는 자금압박…자산 팔아 만기어음 상환

2019년 10월. 미국 뉴욕 31번가와 36번가의 하얏트 브랜드 호텔 2곳의 주인이 한국 기업으로 바뀌었다. 브로드웨이와 타임스퀘어가 가까워 투숙률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 31번가 하얏트헤럴드스퀘어와 36번가 하얏트 플레이스를 동시에 산 곳은 아주그룹 계열사 아주호텔앤리조트였다. 인수 금액은 1,650억원이었다.

아주호텔엔리조트는 2018년 3월에도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가 보유 중이던 미국 시애틀의 AC호텔 밸뷰를 1,000억원에 샀다. 234실로 시애틀 도심 메트로에 위치한 곳이다. 2014년 텍사스 댈러스의 ‘더 블트리 바이 힐튼 댈러스’(227실), 2015년 실리콘밸리의 ‘홀리데이인 새너제이 실리콘밸리 호텔’(354실), 2017년 ‘웨스턴 새너제이’(171실)에 이은 4번째 투자였다. 아주호텔앤리조트는 2014년 2015년 인수한 호텔들은 모두 가격을 높여 되팔며 20% 이상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미국 호텔 투자를 진두지휘하는 아주그룹 3세 문윤희 아주호텔엔리조트대표가 주목받았다. 호텔경영 최고 명문인 미국 코넬대를 졸업한 그의 글로벌 감각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아주호텔앤리조트가 2019년 인수한 미국 뉴욕 소재 하얏트 헤럴드 스퀘어 모습/서울경제DB


 

아주호텔앤리조트가 2019년 인수한 미국 뉴욕 하얏트 플레이스 호텔 모습/서울경제DB



아주그룹은 1987년 호텔서교를 인수하며 호텔업에 뛰어들었다. 2000년 이후 매년 40억원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아주호텔은 문 대표의 지휘 아래 글로벌 자산 인수에 나섰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홍대 라이즈호텔과 더쇼어호텔제주를 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공격적 투자 전략은 부메랑이 돼 날아왔다. 대규모 투자는 했지만, 수익도 내기 전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재무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주호텔앤리조트는 이달 초 만기가 돌아온 550억원의 기업어음(CP)을 제주 서귀포 더쇼어호텔제주(아주호텔제주) 토지를 매각한 자금으로 상환했다. 호텔을 팔아 마련한 1,300억원으로 대출을 갚은 셈이다. 최근 호텔업이 불황이라고 하지만 어음 차환 발행이 가능한 점에서 대출 연장을 하지 않고 상환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업계에서는 아주호텔이 영업으로 버는 돈은 없는데 이자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대출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호텔의 사채와 차입금 규모는 2018년 1,900원 수준에서 2019년 3,5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자도 69억원에서 82억원으로 늘었다. 이 같은 부채 증가는 미국 호텔 사업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미국 진출 후 대출과 이자는 늘었지만 정작 영업적자가 발행했다는 점이다.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018년 69억원, 2019년 47억원이었다. 영업 외 비용까지 포함하면 당기순손실은 2년 연속 100억원대를 기록했다. 홍대 라이즈호텔(당기순손실 51억원)·더쇼어호텔제주(당기순손실 31억원)의 부진이 컸다.

야심 차게 진출한 미국시장 역시 올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여파로 이용객이 급감해서다. 미국에서 호텔사업을 벌이는 대한항공 등의 1·4분기 호텔 실적이 크게 줄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주호텔 역시 미국에서의 영업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문 대표 취임 이후 사업 지역을 국내 중심에서 미국으로 다변화하는 가운데 발생한 것으로 미국 투자가 패착이 됐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지난해 기준 아주호텔 미국 법인 자산규모는 2,498억원. 전년의 922억원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며 주력 사업장인 홍대 라이즈호텔의 자산 1,338억을 훌쩍 뛰어넘었다. 연결기준 아주호텔 자산총계 4,852억원의 절반 수준에 이를 정도다.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로 재무안정성의 지표인 부채비율마저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3,828억. 전년의 2,247억원에 비해 70%가량 급증했다. 부채비율도 249%에서 374%까지 치솟았다. 결국 지난해 그룹 내 계열사 아주글로벌로부터 유상증자로 221억원 가량을 수혈받아 재무구조를 개선했을 정도다. 단기차입금을 위해 그룹 지주사 격인 아주산업의 지급보증도 받았다. 대규모 미국 투자가 그룹 전반에 재무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착착 진행되던 3세 승계…호텔 부진이 발목 잡나

문윤회 대표의 공격 투자 배경에는 승계라는 연결 고리도 있다. 문 대표는 2010년 문규영 회장의 아주글로벌 지분을 증여받으며 지분율 69.1%의 최대주주가 됐다. 문 회장이 최대주주인 아주산업이 아주IB투자(027360)·공영해운 등을 지배하고 있고 아주글로벌은 아주호텔과 아주모터스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룹 지주사 격인 아주산업과 아주글로벌이 합병해 문윤희 대표가 아주산업에 대한 지분율을 단숨에 끌어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문 대표의 지분이 많은 아주글로벌의 가치를 끌어 올려야 했다. 아주글로벌 가치가 높아질 수록 문 대표가 아주산업의 지분율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 계획도 어렵게 됐다.

문 대표의 경영 성과에 물음표가 제기되는 것은 그가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외식사업과 공유오피스 투자가 사실상 실패한 것도 이유다. 아주호텔은 지난 201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커리 브랜드인 타르틴코리아를 국내에 들여왔다. 아주호텔이 20억원을 들여 지분 28.5%를 인수했으며 문 대표가 직접 사내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홍대 라이즈호텔에 입점시키는 등 심혈을 기울였지만 2018년 3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투자 2년여 만에 지분을 매각했다. 이 외 홍대 라이즈호텔에 입점했던 태국 레스토랑 롱침도 최근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유오피스 회사인 스파크플러스에도 보통주 52.89%, 상환전환우선주(RCPS) 15.44%를 투자했는데 아직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만 1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실적이 악화되면서 62억원 수준이던 부채총액이 127억원으로 늘어났다.

한 IB 관계자는 “아주그룹은 2010년 중반까지만 해도 레미콘 및 아주캐피탈 등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캐피탈 사업을 매각하면서 신규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문 대표가 호텔사업을 총괄하며 그룹 실적 확보와 승계를 기대했으나 코로나로 당분간 목표 달성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Z4363N87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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