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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3사가 운전대 잡았다, 9500조원 이 시장 놓치면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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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는 ‘메타버스(Metaverse)’를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선언하고, 메타버스 관련 신기술을 소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가 현재 경제보다 더 큰 새로운 경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그룹 페이스북은 창립 17년 만에 회사명을 ‘메타(Meta)’로 바꿨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단계”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메타버스 회사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타버스 상공에서 빅테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메타버스가 현실에서 상당한 부(富)를 창출한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했다. 메타버스란 초월·가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현실과 연동되는 가상 세계를 지칭한다. 1992년 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지만, 기술의 부재로 오랫동안 공상 과학의 영역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메타버스 세계를 구현할 네트워크와 그래픽,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이 발전하자 점차 산업으로서의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비대면 사회가 일상화하면서 가상 세계에 대한 관심과 메타버스 기술 수요가 급속히 증가했다.
초기 단계인 탓에 메타버스 시장 규모 전망치는 연구 기관마다 천차만별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 4787억달러(약 564조원)에서 2024년 7833억달러(약 923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메타버스가 차세대 소셜미디어와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메타버스 미래 시장 규모를 최대 8조달러(약 9434조원)로 제시했다. 적게는 8000억달러, 많게는 8조달러 규모로 전망되는 메타버스 생태계를 선점하려 빅테크 기업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지만,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철학과 전략에는 저마다 큰 차이가 있다. 메타버스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3대 빅테크의 비즈니스 전략을 WEEKLY BIZ가 들여다봤다.
◇MS “메타버스는 업무용”
윈도와 MS오피스 등 업무용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보여온 MS는 메타버스 역시 기업 고객에 집중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지난달 열린 연례 콘퍼런스 ‘이그나이트 2021′에서 “모든 기업이 서로 협력하고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물리적 세상과 디지털 세상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인 ‘팀즈용 메시(Mesh for Teams)’다. 월간 활성 이용자가 2억5000만명에 달하는 화상회의 도구 ‘팀즈’에 3D(3차원) 이미지 구현 소프트웨어 ‘메시’를 결합한 것이다. 개인화된 3D 아바타를 활용해 현장감 있는 회의 진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특별한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AI가 사용자의 말투나 단어 등을 고려해 아바타의 표정이나 손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구사한다. 재러드 스파타로 MS 365 부사장은 “개인 아바타는 회의에 더 몰입하게 하는 ‘존재감’을 전달하는 동시에 직원들이 카메라 앞에 계속 있어야 하는 부담감을 덜어준다”고 했다.
MS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다이내믹스 365 커넥티드 스페이스(Dynamics 365 Connected Spaces)’ 서비스의 프리뷰도 선보였다. 디지털 트윈이란 가상공간에 현실의 쌍둥이를 만들고, 시뮬레이션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현실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커넥티드 스페이스는 소매점이나 공장 등을 디지털 공간에 그대로 옮긴 뒤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고객 동선과 제품, 장비 상태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준다.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의 에밀리오 캄파 분석가는 “MS의 메타버스 접근 방식은 현재 사용 가능한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처럼 작지만 꾸준한 접근 방식이 MS가 메타버스 리더가 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MS는 메타버스 장치 분야에서도 기업 고객에 집중한다. MS가 2015년 처음 선보인 혼합현실(MR) 기기 ‘홀로렌즈’는 방산·제조·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머리에 홀로렌즈를 착용하면 현실 세계에 가상 화면이 겹쳐지고,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손으로 가상 화면을 조작할 수 있다. 록히드마틴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협업해 2024년 달 착륙 임무를 수행할 우주선 ‘오리온’을 조립하면서 홀로렌즈를 활용해 통상 8시간이 걸리던 작업을 50분으로 단축했다.
◇메타 “일, 생활, 파티까지 메타버스에서”
사명까지 바꾸며 메타버스에 사활을 건 메타(옛 페이스북)는 전 세계 사용자 27억명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스마트폰이 온라인 상호 작용의 지배적인 방식으로 계속 남을 경우 페이스북은 (애플과 구글에 밀려)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며 “메타버스 전략이 성공한다면 페이스북은 플랫폼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타는 소셜미디어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메타버스 세계 속 거대한 소통과 연결의 공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중심에는 메타버스판 소셜 플랫폼인 ‘호라이즌(Horizon)’이 있다. 가상 주거 공간인 ‘호라이즌 홈’과 협업 공간인 ‘호라이즌 워크룸’, 사람들과 게임을 즐기거나 파티를 열 수 있는 ‘호라이즌 월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10월 열린 연례 콘퍼런스 ‘커넥트 2021′에서 미래에 완성될 호라이즌의 모습을 직접 시연했다. 일반 안경처럼 생긴 호라이즌 진입용 안경을 쓰면 눈앞에 홀로그램으로 가상 세계가 펼쳐지고, 아바타 형태로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메타는 호라이즌 활성화를 위해 메타버스의 관문 역할을 하는 장치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VR·AR(가상·증강현실) 장치 개발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Reality Labs)’을 출범시켰고, 올 한 해만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를 쏟아부었다. 최근에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고급 VR 기기 ‘프로젝트 캠브리아(Project Cambria)’를 공개했다. 새로운 센서가 이용자의 시선과 표정을 추적해 실시간으로 아바타에 구현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 현실과 차단된 가상 세계만을 보여주는 오큘러스 퀘스트와 달리 현실 위에 가상 세계를 겹쳐 보여주는 MR 기능이 추가된다. 이 밖에 5mm 두께의 AR 안경 ‘프로젝트 나자레(Project Nazaré)’, 인간의 근육과 뇌를 오가는 전기 신호를 감지해 디지털 명령으로 전환해주는 손목 밴드 등도 개발 중이다.
메타버스 대중화의 열쇠로 꼽히는 게임 개발에도 열중하고 있다. 메타는 2019년부터 VR 게임 개발사 ‘비트 게임즈’ ‘레디 앳 던’ ‘산자루 게임즈’ 등을 인수했다. 또 이번 행사에선 글로벌 대작 게임인 ‘GTA 산 안드레아스’를 VR 버전으로 리메이크하겠다고 밝혔다. 미라보증권의 닐 캠플링 기술 분석가는 “일부 회사는 메타버스의 하드웨어에만 집중하고, 로블록스나 에픽게임즈 등은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하는 반면 메타는 포괄적인 플랫폼 개념으로 접근한다”며 “사용자가 메타버스 속에서 가능한 모든 디지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 “돈 되는 건 결국 인프라”
메타버스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그래픽과 AI 기술을 보유한 엔비디아는 메타버스 인프라를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젠슨 황 CEO는 지난달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대회 GTC 기자간담회에서 “엔비디아의 메타버스는 서비스가 아니라 기술 인프라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공개한 ‘옴니버스(Omniverse)’는 3D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기업들은 옴니버스를 이용해 공장, 창고, 건설 현장 등 실제 공간을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어 가상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 BMW는 옴니버스로 자동차 공장 전체를 가상으로 만들고, 새 모델의 출시에 맞춰 생산 라인을 조정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한다. 지능형 로봇 배치나 훈련도 디지털 트윈에서 이뤄진다. 스웨덴 통신 회사 에릭슨은 옴니버스로 실제 도시 규모의 디지털 트윈 환경을 구축해 5G(5세대) 무선 네트워크 신호 전파와 성능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GTC에서 기업용 옴니버스 구독료를 연간 9000달러(약 1060만원)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애런 레이커즈 웰스파고 분석가는 “옴니버스는 제조, 디자인, 자율 주행,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 메타버스를 적용하는 ‘핵심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GTC에선 메타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옴니버스 아바타’ 기술이 새롭게 공개됐다. ‘토이미(Toy-me)’라는 이름의 옴니버스 아바타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하고, 발화 의도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대화형 아바타’라는 특징이 있다. 옴니버스 아바타는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AI 비서를 제작할 수 있게 해준다. 황 CEO는 “지능형 가상 비서의 시대가 다가왔다”며 “옴니버스 아바타는 엔비디아의 기본 그래픽과 시뮬레이션, AI 기술을 결합해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복잡한 실시간 애플리케이션”이라고 말했다. 옴니버스 아바타에는 여러 언어의 음성을 인식하는 AI ‘리바(Riva)’, 5300억개의 변수를 학습한 세계 최대 언어 신경망 AI ‘메가트론530B’, 추천 알고리즘을 학습하는 AI ‘멀린(Merlin)’ 등 엔비디아의 AI 기술이 집대성됐다. 자산운용사 ER셰어즈의 에바 아도스 최고투자전략가는 CNBC에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를 구축하겠지만, 수익 대부분은 인프라를 제공하는 회사에 돌아갈 것”이라며 “AI와 반도체 분야의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가 메타버스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기반·연결성·보안 등 과제
글로벌 빅테크 공룡들이 메타버스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메타버스를 위한 기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긴 여정이 될 것”이라며 “10년 후에는 실제 비즈니스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가장 큰 과제는 사용자 기반이다. 메타가 지난해 내놓은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2′가 1000만대 이상 팔리긴 했지만, 전 세계 60억명이 사용 중인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가 만딥 싱은 “메타 VR 기기가 1500만~2000만명의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데에도 최소 3년이 걸릴 것”이라며 “콘텐츠 부족과 높은 가격대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채택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가상 공간에 대한 수요가 생각보다 높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최초의 메타버스 게임인 ‘세컨드 라이프’를 개발한 필립 로즈데일은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세컨드 라이프가 현실에서 벗어나 디지털 환경에서 변화된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를 주었지만, 사람들은 그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아바타를 통제하고,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했다. 상호 운용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메타버스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아바타가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동일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떻게 상호 운용성을 실현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높다. 메타버스 세상 안에서 사용자의 모든 활동이 CCTV 수준으로 감시 또는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반인권적인 글을 방치한다는 이슈를 제기한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은 AP통신에 “메타버스는 집과 직장에 더 많은 센서를 설치하도록 요구해 데이터와 개인 정보를 포기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mint/2021/12/16/3CEEIUTTNJGMBEWEXOP5M75J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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