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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로 급부상 ‘서순라길’ 둘러보니, 종로 한복판에 호젓한 돌담길…인스타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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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종로 익선동 상권에서 방향 감각을 유지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좁고 복작이는 골목을 이리저리 쏘다니다 보면 어느새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만 포기하고 지도 앱을 켜는 이가 대부분이겠으나, 그렇지 않은 어떤 이에게는 ‘인생 골목’을 만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거리 한쪽으로는 종묘의 고즈넉한 돌담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이색적인 가게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은 이곳. 익선동과 달리 널찍한 거리가 800m 가까이 곧게 뻗어 시야가 확 트여 있는 이 골목의 이름은 ‘서순라길’이다.

서순라길이 종로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상 중이다. 종묘 서쪽 담장을 따라 아래로는 종로귀금속(주얼리)거리에서부터 위로는 창경궁까지 이어지는 길로, 과거 종묘를 순찰하던 ‘순라군’들이 머무는 ‘순라청’ 서쪽에 위치한다고 해서 서순라길로 이름 붙여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서순라길을 일부러 찾아오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주얼리 업계 종사자나 우연히 발길이 닿은 이들이 방문객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순라길 매력에 매료된 창업가들이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 공방 등 새 가게를 열기 시작했고,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서순라길 방문객이 급증하는 중이다.

 

서순라길이 주목받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한적한 경관이다. 정감 있는 종묘 돌담길, 그리고 한옥 스타일의 크고 작은 매장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나건웅 기자)
사진설명서순라길이 주목받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한적한 경관이다. 정감 있는 종묘 돌담길, 그리고 한옥 스타일의 크고 작은 매장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나건웅 기자)

▶매력적인 ‘돌담뷰’에 MZ세대 열광

▷한옥·노포 즐비…‘뉴트로’ 감성 물씬

서순라길이 주목받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름다운 경관이다. 종묘 돌담이 주는 정취, 그리고 돌담 위로 시원하게 뻗어 있는 나무들 덕에 마치 공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적도 드문 덕분에 인근 주민들이나 직장인들에게는 예전부터 ‘산책길 맛집’으로 유명했다.

주변 건물도 모두 나지막해 아늑한 느낌을 더한다. 종묘 담장 너머를 보지 못하도록 건물 높이가 2층으로 제한돼 있어 모든 매장에서 ‘돌담뷰’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도 MZ세대가 서순라길을 찾는 이유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걷고 싶은 길 정비사업을 마무리하면서 거리 외관이 한층 더 깔끔해졌다.

2019년 서순라길에 내추럴 와인바 ‘이다’를 개업한 정형우 대표는 “익선동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한숨 돌리고 싶을 때면 서순라길을 찾아 자주 산책을 했다.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이 정도로 고요하고 예쁘게 뻗어 있는 돌담길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서순라길 매력에 푹 빠져 아예 여기서 장사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매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종묘 돌담길과 조화를 이루는 한옥 스타일 매장도 서순라길의 정취를 더한다. 2층짜리 신축 한옥에서 주점으로 운영되는 ‘술라’, 한국 정서를 담은 주얼리 브랜드 ‘애리(AEREE)’, 오래된 의상실을 개조해 한옥 스타일로 리모델링한 내추럴 와인바 ‘이다’, 수제맥주 맛집으로 이름난 ‘서울집시’ 등이 대표적이다.

10년 동안 일본에서 요식업을 하다 2018년 서순라길 골목에 레스토랑 ‘살롱순라’를 개업한 박영록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먼저 익선동 쪽을 알아봤는데 골목이 너무 좁고 복잡해 답답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서순라길은 분위기가 너무 호젓해서 ‘정말 쉬면서, 즐기면서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당 정원에 장미꽃이 만개해 있는 집을 발견해 계약했는데, 지금도 동네 주민분들이 정원을 절대 없애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한다”고 말했다.

서순라길에 새로 생긴 ‘신상 가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순라길이 지금처럼 주목받기 훨씬 이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노포들이 방문객 향수를 자극한다. 장사를 시작한 지 25년 가까이 된 홍어 전문점 ‘순라길’은 서순라길 터줏대감이다. 허영만 ‘식객’에도 등장했던 식당으로 홍어 맛 좀 안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유명 맛집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가게를 이어가고 있다. ‘종묘해장국’도 뉴트로 감성을 좋아하는 MZ세대 사이에서는 포토존으로 꼽히는 식당이다. 낡은 간판과 지붕 밑 창문에는 투박한 글씨체로 ‘음료’ ‘생수’ ‘라면’ 같은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 젊은 세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카페 중에서는 ‘순라길 예카페’가 2013년부터 장사를 해왔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와인바 ‘순라길 비비’ 역시 신성은 예카페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가게다.

 

서순라길 매장은 한옥 스타일로 꾸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사진 왼쪽은 한옥 서까래를 인테리어에 활용한 카페 ‘헤리티지클럽’, 아래 한옥을 리모델링한 레스토랑 ‘살롱순라’. (나건웅 기자)
사진설명서순라길 매장은 한옥 스타일로 꾸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사진 왼쪽은 한옥 서까래를 인테리어에 활용한 카페 ‘헤리티지클럽’, 아래 한옥을 리모델링한 레스토랑 ‘살롱순라’. (나건웅 기자)

▶‘아기자기’ 주얼리 공방의 진화

▷종묘·창경궁 등 ‘시너지’ 기대감

서순라길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익선동 같은 유명 상권에 비하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새 상권이다. 지금도 여전히 세련된 감성으로 무장한 매장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식당·카페·바 같은 F&B뿐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셰어하우스 등 업종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귀금속 공방’도 그중 하나다. 종로귀금속거리가 주얼리 ‘유통’이 이뤄지는 지역이라면 서순라길은 예로부터 ‘제조’를 담당해온 곳이다. 귀금속거리와 가까운 입지,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수많은 주얼리 공예가가 서순라길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도 수십 개 공방이 서순라길에서 영업 중이다. 서울시에서 공예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서울주얼리지원센터’가 자리 잡은 곳도 서순라길이다.

최근 서순라길 공방이 변화를 꾀하면서 방문객이 더욱 늘었다. 과거에는 공방 대부분이 손님을 받지 않는 B2B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창문에 아예 선팅을 한 공방이 많았을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요즘에는 달라졌다. 찾아온 손님이 제작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도록 공방을 개방하는가 하면 전면은 매장으로, 뒤 공간을 작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공방도 많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주얼리를 만들어주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하는 공방은 물론 아예 주얼리 클래스를 여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애리’를 비롯해 김승희 국민대 금속공예학과 명예교수가 운영하는 ‘소연’, 아기자기한 쇼케이스로 관심 높은 ‘토브(Towb)’ ‘김희영주얼리’ ‘12먼스’ 등이 대표적이다.


남경주 서울주얼리지원센터 산업지원팀장은 “과거 서순라길이 단순 ‘주얼리 공장’이었다면 요새는 ‘쇼룸’처럼 변해가고 있다. 센터를 찾는 예비 공예가나 디자이너 브랜드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근 K-주얼리에 대한 외국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향후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게 되면, 종묘·창경궁 같은 관광지와 주얼리로 유명한 서순라길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12/1128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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