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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살아남은 MZ 핫플레이스, 한국의 브루클린 ‘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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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붙는 별칭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인구가 급감하면서 명동, 홍대, 강남 등 서울 인기 상권이 절체절명 위기를 맞았지만 성수동만은 예외다.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덕분에 젊은 층 수요가 끊이지 않으면서 상권이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IT 대기업, 유망 스타트업이 서울 강남권, 경기 판교신도시를 떠나 성수동으로 몰려들면서 ‘신흥 업무지구’로도 각광받는 모습이다.
 



▶OLD → NEW: 리모델링 ‘열풍’

▷낡은 공장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성수동이 서울을 대표하던 낙후 지역에서 MZ세대가 가장 많이 찾는 ‘힙’한 동네로 바뀐 것은 10년이 채 안 됐다. 덕분에 성수는 자연스럽게 신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상권으로 거듭났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콘셉트로 무장한 매장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지만, 한편에서는 공장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여전히 곳곳에서 들려온다.

1970년대만 해도 성수는 대한민국 경공업의 중심지였다.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인쇄소, 철강, 화학, 섬유, 수제화 공장 등이 동네를 가득 메웠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서울시가 추진한 도심부적격 업종 이전 정책 이후 성수는 빠르게 쇠락해갔다. 폐공장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성수는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 지역으로 전락했다.

2010년대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폐공장과 버려진 창고 부지에 젊은 창업가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1년 문을 연 ‘대림창고’가 선구자 역할을 했다. 1970년대에는 정미소, 1990년대부터 공장 부자재 창고로 쓰였던 공간은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낡은 공간이 주는 특유의 감성과 높은 천장, 넓은 내부 공간이 패션쇼나 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에 제격이었다.

대림창고 성공 이후 성수동에는 리모델링 바람이 불어닥쳤다. 조명 아티스트가 오래된 인쇄공장을 카페로 리모델링한 ‘자그마치’, 50년 넘게 식당·가정집·정비소·공장 등으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해 베이커리 카페를 차린 ‘어니언’ 등이 대표적이다. 낡은 공장 리모델링은 현재진행형이다. 몽탄·뜨락·금돼지식당 대표가 설립한 푸드 스타트업 KMC는 지난 7월 성수역 부근 공장을 뜯어고쳐 오리고기 전문점 ‘뚝도농원’을 개업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길 한번 주지 않던 공간이었지만 최근에는 웨이팅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인기 식당이 됐다.

낙후한 성수를 대표했던 붉은 벽돌 건물은 이제는 아예 ‘성수의 아이덴티티’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문을 연 ‘블루보틀 성수’는 리모델링이 아닌 신축 건물을 붉은 벽돌로 세웠다. 복합 문화 공간 ‘성수연방’ 역시 빌딩 전면에 붉은 벽돌을 내세운다. 서울시에서는 서울숲길 일대를 아예 ‘붉은벽돌마을’로 지정해 2018년부터 노후 건축물 수선과 신축을 지원해오고 있다. 베이커리 카페 ‘stdo’, 수제 가공육 샌드위치 카페 ‘샤퀴텡투고’ 등이 시의 지원을 받아 세운 매장들이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부터 뚝섬역,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일대까지 지식산업센터들이 줄줄이 자리 잡으면서 스타트업이 몰리기 시작한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패션 분야 ‘유니콘’으로 손꼽히는 무신사는 지난해 본사를 서울 강남에서 성수동 공유 오피스로 옮겼다. 841억원을 들여 성수동 카페거리 인근 CJ대한통운 부지를 매입하는 등 성수동 일대 부동산을 잇따라 사들이면서 ‘무신사 타운’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차량 공유 업체 ‘쏘카’, 자율주행 센서 스타트업 ‘비트센싱’, 로봇 카페 업체 ‘라운지랩’도 성수동에 자리 잡으면서 ‘스타트업 성지’로 각광받는 중이다.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성수동 이마트 본사 건물, 부지 매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크래프톤은 지상 20층, 연면적 9만9474㎡ 규모인 이 건물을 신사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형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와 현대차그룹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도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 둥지를 트는 등 대기업, 연예기획사 러시도 이어지면서 상권 수요가 탄탄해졌다.

 

성수에는 폐공장이나 낡은 창고 부지 ‘리모델링’ 열풍이 분다. ‘플라츠’ 역시 오래된 가죽 매장에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사례다. (플라츠 제공)

성수에는 폐공장이나 낡은 창고 부지 ‘리모델링’ 열풍이 분다. ‘플라츠’ 역시 오래된 가죽 매장에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사례다. (플라츠 제공)

▶최신 F&B 스토어의 격전지

▷와인·수제버거·가치소비 숍까지

‘요즘 뜨는 최신 트렌드를 알고 싶으면 성수로 가라’는 말이 있다. 새로 생겨나는 매장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성수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음식점 점포 수와 매출이 증가한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빅데이터 전문 기업 ‘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2019년 3분기까지 1316개였던 성수동 음식점은 올해 1502개로, 2년 만에 200개 가까이 늘었다. 매출 역시 같은 기간 364억원에서 460억원으로 뛰었다.

수요가 몰리니 코로나19에도 아랑곳 않고 성수동 부동산 가격, 거래량은 연일 상승세다.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이 올해 상반기 전국 시군구 업무상업시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성수동의 업무상업시설 가격, 거래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수동1가, 2가 일반 업무상업시설은 올 상반기에만 55건 거래돼 2019년 상반기(15건)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성수동 업무상업시설의 3.3㎡당 평균 거래금액도 2019년 상반기(5556만원) 대비 급증한 8240만원을 기록했다.

매매가가 치솟다 보니 3.3㎡당 1억원이 넘는 거래도 적잖았다. 지하철 뚝섬역 인근에 위치한 연면적 48.59㎡ 빌딩은 1965년 준공돼 낡은 건물인데도 불구하고 올해 1월 22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1억5238만원 수준이다. 2016년 10월 8억4000만원(3.3㎡당 약 5714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4년여 만에 매매가가 167% 오른 셈이다. 성수동1가 연면적 301.83㎡의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도 지난해 177억85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3.3㎡당 매매가는 2억원에 육박할 정도다.

성수 상권을 들여다보면 최근 MZ세대 관심이 높은 업종이 대거 들어섰음을 알 수 있다. 프리미엄 도넛으로 주목받는 ‘카페 노티드’, 월매출이 2억원에 육박하는 빵집 ‘밀도’ 등 유명 브랜드를 비롯해 ‘파스타 오마카세’라는 신개념 코스로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알려진 ‘바위파스타바’ 등 유명 맛집이 즐비하다.

급성장하는 ‘와인바’ 증가세도 눈에 띈다. 2017년 라이브 재즈 와인바로 운영을 시작한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를 필두로 ‘더파킹랏’ ‘얼룩’ ‘한남양옥’ ‘성수로운’ 등 지난 1년 새 새로 생긴 와인바만도 셀 수 없을 정도다. ‘치차로’ ‘유어네이키드치즈’ ‘로스트인내추럴’ ‘TBD’ 등 젊은 세대에 특히 인기가 많은 ‘내추럴 와인’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성수는 이태원, 압구정에 이은 차세대 ‘수제버거 성지’로도 주목받는다. ‘제스티살룬’ ‘르프리크’ ‘엘더버거’ ‘롸카두들’ ‘위드번’ ‘회기버거’ 등 신생 수제버거 브랜드들이 대거 진입 중이다.

MZ세대 ‘친환경 소비’ 트렌드를 겨냥한 편집숍도 많다. 2016년 국내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숍 ‘더피커’가 대표적이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각종 제로웨이스트 용품을 비롯해 유기농 곡물을 알맹이만 구입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생태 관련 도서와 친환경 소품을 소개하는 생태 책방 ‘산책아이’, 버려진 그물과 플라스틱을 소재로 한 업사이클링 제품 등을 판매하는 ‘펜두카&스마테리아’도 성수동에 자리 잡았다.

성수동에서 5년째 근무 중인 직장인 김영지 씨는 “성수의 최대 장점은 다양성이다. 트렌디한 식당뿐 아니라 소문난성수감자탕, 대성갈비, 성수족발처럼 인기 있는 노포도 즐비하다. 먹고 마시는 것을 넘어 편집숍, 제로웨이스트숍, 공연·전시장 등도 몰려 있다. 한곳에서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상권은 성수가 유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수에 새 매장이 자꾸 들어서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대여·대관 사업’ 활성화다. 대림창고 같은 복합 문화 공간들이 건물 한편, 때로는 건물 하나를 통째로 다른 기업과 브랜드에 임대해주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임대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브랜드에 대한 MZ세대 반응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일종의 ‘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 역할을 하는 셈이다.

‘피치스 도원’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자동차 튜닝에 기반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피치스는 성수동에 전시·행사·카페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복합 문화 공간 ‘피치스 도원’을 세웠다. 최근에는 LG전자가 피치스 도원에서 ‘LG 그램 튜닝 위크’를 열고 굿즈 판매, 노트북 튜닝 등 행사를 진행했다.

피치스 도원뿐 아니다. 라네즈, 샤넬 등 유명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열었던 ‘에스팩토리’,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아케인’ 홍보관에 이어 최근에는 현대백화점 한섬의 ‘시스템 윈터’ 팝업을 진행 중인 카페 ‘쎈느’, 이케아랩(IKEA LAB)을 운영했던 ‘성수낙낙’ 등이 유명하다.

1개 매장에서 아예 임대만 전문으로 하는 공간도 생겼다. 2018년 서울숲길에 ‘R’이라는 단순한 간판을 걸고 시작한 ‘프로젝트 렌트’는 성수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고 싶은 브랜드들에 최대 3개월, 최소 2주 단위로 공간을 빌려준다. 최근에는 전설적인 팝아트 작가 케니 샤프 팝업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와 프로젝트가 입점해 있다. 성수동에만 3호점, 서울 전역에 6호점까지 늘리며 여러 기업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성수는 온라인 기업들이 오프라인 고객 반응을 살피기 위한 ‘테스트 베드’로도 유명하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가 출범한 ‘공간 와디즈’가 대표적이다. (윤관식 기자)

성수는 온라인 기업들이 오프라인 고객 반응을 살피기 위한 ‘테스트 베드’로도 유명하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가 출범한 ‘공간 와디즈’가 대표적이다. (윤관식 기자)

낡은 공장이 주는 느낌과 인테리어를 그대로 살려 운영하는 식당들도 많다. 사진은 성수역 인근에 지난 7월 문을 연 오리고기 전문점 ‘뚝도농원’. (나건웅 기자)

낡은 공장이 주는 느낌과 인테리어를 그대로 살려 운영하는 식당들도 많다. 사진은 성수역 인근에 지난 7월 문을 연 오리고기 전문점 ‘뚝도농원’. (나건웅 기자)

▶성수동 전망은

▷젠트리피케이션 걱정 없어

성수동 상권을 바라보는 전망은 밝다.

첫째,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 일단 상권 크기 자체가 워낙 크다. 성수동 상권을 형성 중인 성수1가1·2동, 성수2가1·3동의 면적을 모두 더하면 5.08㎢에 달한다. 여의도 전체 면적(2.9㎢)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지하철역으로만 따져도 2호선 성수·뚝섬역,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등 장장 3개 지하철역에 걸쳐 있는 초대형 상권이다. 유명 매장 사이 공백지가 워낙 넓어 집중적인 임대료 인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

둘째, 배후인구 증가다. 호재가 워낙 많다. 대기업 사옥 이전과 지식산업센터 신규 분양이 계속되고 있다. 아파트 배후 수요도 늘어나는 중이다. 성수동에는 초고가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강북 신흥 부촌’으로 자리 잡은 점이 상권 활성화에 한몫했다. 성수동 랜드마크인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에 이어 지난해 말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입주하면서 역대 최고가 아파트에 이름을 올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00㎡는 최근 60억원에 실거래됐다. 분양가(34억8000만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향후 성수 전략정비구역 개발이 마무리되면 대규모 인구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성수에 새 매장을 오픈한 김한주 사위식당 대표는 “성수는 외부 유입 고객뿐 아니라 풍부한 직장인 수요까지 갖췄다. 트렌디한 매장뿐 아니라 직장인 식사를 겨냥한 일상식 브랜드가 들어와도 승산이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성수는 아파트, 업무단지, 신생 브랜드들이 집중된 상권이다. 상권 크기가 워낙 큰 데다 성동구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덕분에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상대적으로 적다. 아직 미개발된 지역도 많아 향후 성장이 더 기대되는 곳이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 분석이다.

https://www.mk.co.kr/economy/view.php?sc=50000001&year=2021&no=1098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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