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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어야 돈 된다… 오피스 빌딩, 주거시설로 탈바꿈

  • 빌딩매매

20일 오후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 인근. 은행·증권사가 들어선 고층 빌딩 사이에 가림막을 치고 공사 중인 부지가 눈에 들어왔다. 2년 전만 해도 10층짜리 메리츠종금증권 사옥이 있던 자리다. 1994년 준공 이후 줄곧 사무용 빌딩이 있던 이곳은 2023년부터 주거 공간으로 바뀔 예정이다. 마스턴투자운용이 기존 건물을 사들여 허물고, 주거용 오피스텔로 다시 짓고 있다. 지난해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달고 분양에 나서 평균 경쟁률 18대1로 완판(完販)됐다.

최근 상업 부동산 시장에서 도심 오피스 빌딩을 오피스텔이나 임대주택 같은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2010년대 초반 호텔 개조 붐, 2~3년 전 공유오피스 붐에 이어 대형 빌딩시장의 유행이 또 바뀐 것이다.

증권사 건물 사들여 오피스텔 건설 중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메리츠증권 옛 사옥 모습(왼쪽). 마스턴투자운용은 2019년 이 건물을 사들여 지난해 주거용 오피스텔(오른쪽·조감도)로 바꿔 분양했다. /네이버 로드뷰·현대엔지니어링
 
증권사 건물 사들여 오피스텔 건설 중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메리츠증권 옛 사옥 모습(왼쪽). 마스턴투자운용은 2019년 이 건물을 사들여 지난해 주거용 오피스텔(오른쪽·조감도)로 바꿔 분양했다. /네이버 로드뷰·현대엔지니어링
 

◇오피스 빌딩은 주거 공간으로 변신 중

KT에스테이트는 작년 말 서울 여의도의 신동해빌딩과 나이스2 빌딩을 사들였다. 기존 건물을 헐고 자사 임대주택 브랜드인 ‘리마크빌’로 바꾸는 방향으로 개발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2월 라미드관광이 사들인 강남구 논현동 서울비젼사옥도 오피스텔로 재단장된다. 부동산 개발업체 신영은 논현동의 9층 규모 성암빌딩(옛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사무실로 재임대하는 대신 주거용 오피스텔로 바꿀 계획이다.

오피스 빌딩을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흐름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었다. 신영에셋이 내놓은 오피스 매매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중대형 빌딩(면적 3300㎡ 이상) 11건이 오피스텔·임대주택, 도시형 생활숙박시설 등 주거용으로 개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보통 서울에서 1년에 중대형 빌딩 거래가 50~60건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주인이 바뀌는 빌딩 5개 중 1개꼴로 주거시설로 변신한다는 뜻이다.

사무실로 쓰던 건물들이 속속 집으로 바뀌는 것은 저조한 수익성과 공실(空室) 영향 때문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에비슨영코리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8.2%를 기록했다. 특히 여의도는 지난해 파크원이 준공되면서 공실률이 15.3%로 훌쩍 뛰었다.

반면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직장과 가깝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에 살고 싶어하는 1·2인 가구 수요가 꾸준하고, 특히 서울은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적어 대체 상품으로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이형구 에비슨영코리아 리서치센터장은 “오피스 매매 가격은 잘 받아도 3.3㎡당 3000만원 선인데 비해 도심 오피스텔 분양가는 그보다 높다”며 “분양만 잘되면 시행사 입장에선 사무용 빌딩으로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2010년엔 호텔, 2017년엔 공유오피스 유행

오피스 빌딩은 이전에도 변신을 거듭해왔다. 2010년대 초 중국인·일본인 관광객 급증으로 호텔 수요가 폭증하자, 기존 건물을 비즈니스호텔로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하는 게 크게 유행했다. 명동 인송빌딩과 충무로타워가 티마크호텔로 바뀌었고, 광화문 거양빌딩 자리에는 신라스테이가 들어섰다.

2017년부터는 공유오피스 업체가 서울 오피스 임대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위워크·패스트파이브 등 공유오피스 업체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빌딩 공실률이 급감하고, 임대 수익도 호조를 보였다. 일부 건물은 이름을 아예 공유오피스 업체로 바꿔달기도 했다.

부동산 업계는 빌딩을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추세가 앞으로 2~3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최재견 신영에셋 리서치팀장은 “호텔과 상업시설, 해외 부동산 등이 모두 코로나 여파로 시장이 침체해 주거 시설 전환 외에는 빌딩으로 수익을 내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만 주택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가 변수다. 지나치게 투자 수요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오피스텔과 생활형 숙박시설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이형구 에비슨영코리아 센터장은 “빌딩 임대사업과 달리 주택사업은 정부 규제에 따라 시장 흐름이 단기간에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집’이어야 돈 된다… 오피스 빌딩, 주거시설로 탈바꿈 - 조선일보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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