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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디앤디, 매각 불발된 '그랜드 제주 조선' 다시 품는다

  • 호텔매매

5성급 호텔인 ‘그랜드 조선 제주’(옛 제주 켄싱턴 호텔)를 SK디앤디가 자회사 리츠를 통해 매입한다. 호텔의 현재 소유주 역시 SK디앤디인데 리츠 비히클(vehicle)을 활용해 사실상의 투자회수를 하는 셈이다. 현재 신세계그룹 계열인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이 호텔을 위탁 운영 중이며 리츠의 에쿼티 투자자로도 신세계그룹 측이 들어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디앤디는 디앤디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그랜드 조선 제주’ 건물 매입을 추진 중이다. 디앤디인베스트먼트는 SK디앤디의 100% 자회사인 리츠 AMC(자산관리회사)이며 호텔 인수 주체로 리츠를 내세운다. 이에 따라 SK디앤디에서 새로 설립되는 리츠로 호텔 소유권이 넘어갈 전망이다.

SK디앤디는 리츠를 통해 총 2630억원을 조달한다. 2400억원 선으로 짐작되는 매매가와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한 금액이다. 이중 에쿼티로 1390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대출로 채우기로 했다. 에쿼티의 경우 조선호텔앤리조트 측에서 지분의 절반 가량을 확보하고 기타 FI(재무적 투자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협의 중인 만큼 구체적 지분율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앞서 SK디앤디가 그랜드 제주 조선을 매입한 것은 2018년 7월이다. 이때 사이랜드제주리조트로부터 1150억원을 주고 호텔을 사들인 이후 밸류애드 작업을 위해 리모델링과 함께 인근 유휴 부지를 활용한 증축을 진행해왔다.

개발비용의 경우 애초에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인수자로 나서 선매매 형태로 충당할 계획이었다. 통상 선매매 형태의 거래에서는 인수자가 개발을 위한 사업비를 선제적으로 대고 준공 시 소유권을 넘겨받는다. 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과의 거래가 미뤄지다 결국 불발됐고 SK디앤디는 따로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일으켜 개발비를 조달했다.

당시 거래가 무산된 이유는 법률적 문제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해당 호텔을 수익증권 형태로 매입해 ‘이지스밸류플러스’ 리츠의 자산으로 담고 상장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이때만 해도 자본시장법상 공모리츠가 사모부동산펀드의 지분을 10%이상 매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룰의 개정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매각이 지연되자 결국 호텔을 기초자산에서 빼고 상장했다.

이에 따라 SK디앤디는 리츠를 설립해 호텔을 직접 자산으로 담기로 전략을 바꿨다. 최근 건물 리뉴얼을 완료했으며 호텔을 위탁 운영하기로한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이달 8일 ‘그랜드 조선’의 2호점으로 오픈했다. 기존 켄싱턴 호텔 옆에 스위트 객실만 50개 갖춘 ‘그랜드 조선 힐 스위트’를 새로 지어서 프리미엄 객실을 크게 늘렸다. 총 객실 248개 가운데 72개(29%)가 스위트 객실이다.

그래드 조선 제주


그랜드 조선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5성급 호텔 자체브랜드다. 신세계그룹은 2018년 ‘레스케이프’를 론칭하며 자체적인 호텔 브랜드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그랜드 조선은 두 번째로 선보이는 독자 브랜드다. 그랜드 조선 제주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제주도에 처음으로 여는 호텔이기도 하다.

그랜드 조선 제주같은 위탁 경영 방식은 이미 메리어트, 힐튼 등 세계적인 호텔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활용하고 있다. 건물 소유주와 이를 운영하는 호텔기업이 따로 있는 방식이다. 호텔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 리스크 없이 브랜드, 운영 노하우 등 무형자산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고 사업 확대에도 더 유리하다.

국내에서는 신세계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경쟁사인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이 이미 ‘롯데’와 ‘신라’라는 독자 브랜드를 보유하고 위탁 경영 형태의 호텔사업을 키워왔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역시 그랜드 조선을 통해 위탁 경영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사명을 신세계조선호텔에서 조선호텔앤리조트로 바꾼 것 역시 자체 브랜드로 선보인 '조선'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부각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번에 파트너가 된 SK디앤디는 디앤디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그랜드 조선 제주 리츠를 약 5년간 운용하다가 엑시트를 추진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조선호텔앤리조트 측에서는 더 장기적 운용을 원하고 있어서 변동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벨 - 국내 최고 자본시장(Capital Markets) 미디어 (the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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