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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투자 몰리면서… 100억원대 매물 놓고 계약금 입금 전쟁도

  • 꼬마빌딩매매

빌딩 전문 중개법인에서 일하는 김모 씨(48)는 최근 경기 성남에서 매물로 나온 100억 원대 건물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빌딩을 사려는 고객과 함께 건물을 찾은 것은 지난달 21일. 건물이 목 좋은 곳에 있어서 고객은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결정을 현장에서 바로 내렸다. 계약금은 이틀 뒤에 보내기로 건물주와 합의했다.

하지만 현장을 방문한 다음 날인 22일 오후 계약이 어그러졌다. 건물을 보러 온 또 다른 투자자가 매입 금액을 5억 원 더 얹어 줄 테니 자신에게 팔라고 하고, 계약금까지 바로 입금한 탓이다. 김 씨는 “20년간 건물 중개를 해 왔는데, 100억 원대 건물을 거래하며 계약금 입금 날짜 하루 차이로 계약이 틀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주택 규제 강화로 투자 수요가 빌딩을 향하면서 좋은 매물을 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아파트 매수세가 클 때 발생하던 ‘계약금 입금 전쟁’이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입지의 중소형 빌딩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건물주가 건물 가격을 ‘간 보기’ 위한 허위 매물을 내놓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9일 부동산 토지 정보업체인 밸류맵에 따르면 서울에서 매매가격이 50억 원 이상 200억 원 미만인 업무상업시설(중소형 빌딩)의 3.3m²(연면적)당 평균 거래가격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약 12% 상승했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상승률은 연평균 15%였다. 경기도 비슷한 흐름이다. 2015년 1076만 원이던 빌딩의 연면적 3.3m²당 평균 거래가격은 올해 2132만 원으로 2배로 급등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6% 이상 올랐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주택 규제가 강화되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건물로 향하고 있다”며 “건물 수요는 많지만 좋은 입지의 매물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시중은행이나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자문센터와 빌딩중개업체 등에서는 매물 확보를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빌딩중개업체 소속 중개인인 이모 씨(39)는 최근 ‘낚시성 허위매물’로 곤욕을 치렀다. 서울 강남역의 5층 건물을 팔겠다는 건물주를 위해 투자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보고서를 읽은 뒤 곧바로 매도 의사를 철회했다. 결국 이 건물의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주변 시세와 최근 시장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투입한 비용과 노력은 헛수고가 됐다. 이 씨는 “자신의 건물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싶었던 건물주의 ‘간 보기’였다”며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지만, 좋은 매물이 궁하다 보니 마음 바뀌면 다시 연락 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부동산업계는 중소형 빌딩 매수세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수 에이플러스리얼티 전무는 “저금리, 불안정한 경기 상황 등이 얽힌 현 상태에서 고액 자산가들에게 건물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는 많지 않다”며 “고가 아파트를 팔고 시장에 신규 진입한 수요도 늘고 있어 매물 확보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1209/104371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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