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 미술관, 옥상엔 펫카페…'문화를 파는' 쇼핑몰
롯데몰 경기 광명점 1층 한가운데에는 작은 미술관이 있다. 임시 매장이 아니다. 미술품 렌털숍 ‘갤러리K’ 매장으로 국내외 작가 28명의 작품이 걸려 있다. 쇼핑객들이 이따금 걸음을 멈추고 그림을 감상한다. 지하엔 스크린골프장이 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3040세대가 퇴근 후 방문해 골프 연습을 한다. 옥상 정원의 펫카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족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났다.
롯데몰 광명점은 지난 5월 1년여간의 새 단장을 거쳐 복합쇼핑몰로 변신했다. 온라인으로 떠난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복합 문화공간’을 조성했다. 기존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광명점’이란 이름도 바꿨다. 전략은 통했다. 리뉴얼을 진행한 약 1년 동안 하루평균 방문객 수가 4000명에서 8000명으로 두 배로 늘었다.

롯데몰 광명점 옥상에 있는 펫카페 ‘미밍코’.
롯데쇼핑은 롯데몰 광명점에서 기존 아울렛의 개념을 바꾸는 실험을 단행했다. 매장 수를 확 줄이고, 쇼핑하지 않아도 앉아서 즐길 수 있는 카페 등을 늘렸다. 가장 주목받는 게 갤러리와 스크린골프연습장, 펫숍이다.
1층 갤러리K 매장에는 전담 직원이 배치돼 있다. 갤러리 방문객에게 작품 해설을 해주는 도슨트(미술해설사) 역할도 하고 매매를 도와주는 거래중개인이 되기도 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작품 감상부터 재테크 투자까지 가능한 종합예술공간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그 이후 태어난 Z세대)는 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산다. 롯데몰 광명점은 온라인 쇼핑몰로 떠나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점포의 주력 콘텐츠를 바꿨다. 이월 상품을 싸게 팔던 패션 매장을 과감하게 줄였다. 지난해 초 260개였던 패션 매장은 올 5월 말 기준 236개로 감소했다.
쇼핑 공간에도 변화를 줬다. 프리미엄아울렛 시절 주력이었던 4050세대 타깃 패션 브랜드를 줄이는 대신 젊은 층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대폭 강화했다. 1층 정문 입구 바로 옆에 1480㎡ 규모의 유니클로 매장을 들였다. 펫카페 등을 이용하려 방문한 젊은 층의 소비를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유니클로 외에도 올 들어 루이까또즈, 갤러리어클락 등 젊은 층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쇼핑하지 않는 사람들도 찾아와 오랜 시간 머무를 만한 카페 등을 곳곳에 열었다. 4층 패션 매장 가운데 있는 ‘건담 카페’는 멀리서도 눈에 띈다. MZ세대를 겨냥해 ‘나루토’ 등 일본 만화부터 마블스튜디오의 ‘어벤져스’ 캐릭터까지 다양한 피규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층의 가드닝 카페 ‘그리니쉬’엔 주부가 많다. 크고 작은 화분으로 카페를 채워 실내 정원처럼 꾸몄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공간당 매출로 보면 당장은 손해지만 앞으로 많은 사람이 광명점을 찾아오게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변화라고 판단했다”며 “방문객이 네 배가량 늘어나는 등 리뉴얼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