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3無 사태’에 흔들리는 뿌리산업
“이 상태로 가면 2~3년이면 뿌리기업 중에 30%는 사라질거라 봅니다. 누가 먼저 손 털고 나갈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어요.”
금형, 주조, 용접 등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뿌리산업은 ‘가업승계 3무(無) 사태’를 맞았다. 물려받겠다는 사람도, 물려주겠다는 의사도, 물려주는 것을 지원할 시스템도 없다는 것이다. 이종길 금속열처리조합 전무는 “현상 유지도 어려운데, 누가 자녀에게 이런 일을 물려주려 하겠느냐”며 “물려받겠다는 젊은 사람도 없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진정되고 외국인 근로자가 자리를 지킨다해도 현상유지가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주 52시간 시행 때문에 필요로 하는 인력이 늘었기 때문이다. 뿌리기업은 그 특성상 24시간 공장을 돌리며 근로자들이 2교대 근무를 해왔다. 주 52시간이 시행되면서 3교대로 근무조를 바꿔야 하는데, 인력을 추가로 구할 방안이 없다. 이 전무는 “매년 개최하는 기술경기대회에 나오는 고등학생들도 ‘스펙 쌓기’를 위해 오는 것이지, 중소기업체에서 일할 생각을 하는 이들은 없다”며 인력을 추가로 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뿌리산업은 조선, 자동차, 철강 등 한국에서 비중이 큰 산업을 지탱하는 업종이다. 그 중요성이 인정돼 별도의 진흥법도 제정됐고, 지난 6월 그 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개정안도 공포됐다. 오는 12월부터 정밀가공, 사출, 로봇 등의 공정을 담당하는 기업도 뿌리기업으로 인정받게 됐지만, 현장에서는 “뿌리기업 규정만 해놓고, 세금 하나 깎아주는 것도 없다”는 불만이 많다. 뿌리산업 진흥법에 명시된 혜택은 외국인 근로자를 우선 배정해준다는 것 정도다.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 제27조에는 뿌리기업에 소득세나 법인세, 취득세, 재산세, 등록면허세, 상속세 등을 감면할 수 있다고 돼있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다보니, 실제 실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