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부담 짓눌려...알짜기업도 ‘팔아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지난 2015년 말 고무 의류 업체 유니더스의 창업주 김덕성 회장 세상을 떠나자 아들 김성훈 대표이사는 5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낼 방도가 없어 고민에 휩싸였다. 김 대표는 세금 분할 납부를 신청하며 회사를 계속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결국 2017년 11월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업계 1위를 달리는 유니더스가 상속세 부담에 매각되자 기업의 상속세 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후 2017년과 2018년에만 국내 밀폐용기 업계 1위 락앤락과 중견 건설 회사 요진건설산업, 가구업체 까사미아 등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상속세 부담에 경영권 전체 혹은 지분 일부를 사모펀드나 경쟁업체에 매각하는 상황이 이어졌지만 상속세 제도에 있어 기업들이 원하는 수준의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상속세와 관련돼 나오는 기업들의 지적은 크게 두 가지다. 주요 선진국 대비 높은 세율과 짧은 분할납부(연부연납) 기간이다. 상속세액의 절대적인 부담도 크지만 세금을 내기 위한 현금을 마련할 기간도 짧다는 것이다.
국내 20대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의 지분 평균 액수 1조 8000억원을 상속한다고 가정할 때 한국의 상속세 부담은 1조 103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은 1조 112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프랑스(8277억원)나 미국(7359억원)은 1조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장 주식에 대해 50%의 공제를 적용하는 영국의 실효 세율이 20%에 불과해 상속세액은 3680억원에 불과했다. 사업 관련 지분이나 비상장 주식, 채권 등 유가 증권에 대해서는 100% 공제된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지분을 내다 팔아야 하는 부담이 적은 것이다.
한국의 경우 최대주주에 대한 주식 할증과세(20%)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이미 주식 가치에 포함돼 실질 과세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매출 3000억원 미만 이하의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500억원 한도로 주식 및 사업자산에 대해 공제하는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피상속인의 대표이사 재직 기간을 한정하는 등 대상을 제한하고 있고 상속 이후에도 7년간 정규직 근로자 인원이나 총 급여액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그 결과 기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한 횟수는 지난 2018년 103건 2344억원으로 독일의 9556건 178억유로(24조 5000억원)의 약 90분의 1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사업 관련 지분이 상속 재산의 35%를 초과하는 경우 상속세를 10년간 분할 납부 할 수 있도록 했고 독일은 기업 유지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10년간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상속세를 통한 세수 증대보다 기업 유지를 통한 고용 유지와 경기 활성화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원활한 기업 승계와 조세 형평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자본이득세를 우리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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