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家 후계자들⑬]‘포스트 이재현·이미경’ 선호·경후 남매, CJ 4세 경영 속도
CJ그룹은 ‘포스트 이재현·이미경’으로 불리는 4세 이선호·이경후 남매의 경영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남매는 내년 상장을 추진 중인 CJ올리브영 지분 매각 대금 등을 활용해 지배구조의 핵심인 ㈜CJ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남매경영’ 바통을 넘겨받을 전망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부장과 장녀 이경후 부사장은 각각 CJ제일제당, CJ ENM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이 부장은 1990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바이오사업팀, 식품전략기획1부장 등을 거쳐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2019년 9월 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들여와 투약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돼 자리에서 물러난 뒤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자숙하다 1년 4개월만인 올해 1월 회사에 복귀했다.
누나인 이 부사장은 1985년생으로 역시 미국 컬럼비아대 불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CJ에 대리로 입사한 이후 CJ오쇼핑, CJ 미국지역본부 등을 거쳐 2018년 CJ ENM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해 브랜드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향후 두 사람이 경영승계 작업을 거쳐 현재의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과 같은 체제로 남매경영을 이어나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부장이 지주회사 ㈜CJ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그룹을 총괄하고, 이 부사장은 CJ ENM을 총괄하며 문화·콘텐츠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회장이 올해 초 외부의 비난 여론을 감수해가며 집행유예 기간 중인 이 부장의 업무 복귀를 서두르면서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1960년생으로 올해 62세인 이 회장은 총수로서 비교적 젊은 편이지만,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승계 시점을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부회장은 CJ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CJ 지분 42.0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CJ그룹은 ㈜CJ를 통해 CJ제일제당(40.94%), CJ ENM(40.07%), CJ올리브영(55.24%)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다른 계열사 CJ대한통운 지분 40.1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부장과 이 부사장이 보유한 ㈜CJ 보통주는 2.75%, 1.19%에 불과하다. ㈜CJ 지분 확대는 경영 승계의 필수 과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년 상장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성공한 CJ올리브영은 승계 작업의 핵심 키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부장과 이 부사장은 CJ올리브영 지분을 각각 17.97%, 6.91% 보유하고 있다. 이 부장의 경우 개인 최대주주다. 두 사람은 CJ올리브영 프리 IPO에서 구주 일부를 매각해 각각 1018억원, 391억원의 현금도 마련했다. 이 현금으로 올해 1분기 ㈜CJ 신형우선주(CJ4우)를 매입했다. 매입 주식은 이 부장이 7만8588주, 이 부사장이 5만2209주다. 이에 따라 이 부장과 이 부사장이 보유한 ㈜CJ 신형우선주는 올해 3월 말 기준 각각 104만9668주, 101만2290주로 늘었다.
신형우선주는 당장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이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래돼 기업 오너들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부장과 이 부사장 여전히 CJ올리브영 지분을 각각 120만주, 46만주를 갖고 있어 내년 상장 시 더 많은 현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CJ올리브영 상장 이후 지분을 매각해 ㈜CJ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거나, 아버지 이 회장이 보유한 ㈜CJ 지분 증여 시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이 부장의 불미스러운 일이 또 다시 불거질 경우 승계 작업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부장의 구속기소와 업무 복귀 강행으로 이미 한 차례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다시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승계 작업이 더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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