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낮춰 받느니 차라리 공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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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로데오 일대 상가 공실률이 높게 나타났지만, 건물주들이 최소 10년 간 업장을 운영할 임차인을 까다롭게 받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란 해석이 나온다. [헤럴드경제DB] |
“압구정로데오 건물 1층들이 ‘임대’(공실이란 뜻)가 많이 붙어 있죠. 그런데 여기가 왜 비어있는지 아세요? 월세가 1000만원이에요. 게다가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10년 동안 보호 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임차인을 잘못 받으면 건물주는 10년 동안 고생할 수 있는 거예요.”(청담동 인근 A공인 대표)
25일 한국부동산원의 2021년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도산대로 일대 중대형상가의 공실률은 14.2%로 나타났다. 서울 평균인 8.9%보다 높고, 강남 전체 공실률 평균인 10.7%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단순히 공실이 많다고 해서 이 일대 경기가 침체된 것은 아니다. 임대인들이 원하는 임대료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은데, 그 정도 비용을 들여 장사를 하려는 임차인이 현재 나타나고 있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A공인 대표는 “청담동 건물을 갖고 있는 건물주들은 소유한 건물이 한 두채가 아니고, 임대소득의 약 50%를 세금으로 낸다”면서 “그러다보니 다소 시간이 걸려도 처음 제시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임차인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이곳 임대인들은 공실로 놔둬도 대부분 경제적 타격을 입지 않는다”면서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임차인을 기다리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건물에 공실이 많을수록 매매하기 수월하다는 전언이다.
B공인 대표는 “요즘 꼬마빌딩 손바뀜이 많이 일어나는데, 대출을 끼고 매수한 새 건물주는 리모델링 등 수리를 거쳐 건물 수준을 높이고 월세도 더 올려서 새 임차인을 받고 싶어한다”면서 “만약 기존 임차인이 버티면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아예 공실인 게 편하다”고 귀띔했다.
한편, 최상위 입지가 아니고서는 공실률 수치를 가볍게 볼 수 만은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강남 일대에서 상업용부동산을 중개하는 조현권 공인중개사는 “강남을 제외하고, 또 강남 중에서도 소비가 많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대체적으로 건물 노후도가 높은 비중심지들은 앞으로도 한동안 임차인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하는 투자자가 없는 지역에서는 추가금을 들여 건물을 수리하는 건물주가 별로 없다”면서 “그러다 보면 임차인이 채워지는 속도도 더 늦어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