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야심작 에그슬럿 직접 가보니…“맛 빼고 다 좋았다”
![]() 지난달 10일 오픈한 ‘에그슬럿(Eggslut)’ 코엑스점을 직접 방문해봤다. 에그슬럿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탄생한 유명 샌드위치 브랜드다. 미국의 유명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Shake Shack)’을 국내에 들여와 성공을 맛 본 SPC가 또 한 번 야심차게 마련한 브랜드다.
기자가 에그슬럿 코엑스점을 방문한 건 지난 주말의 일이다. 다른 일정으로 삼성역 인근을 지나던 중 대기인원이 많지 않은 걸 발견한 게 계기였다. 당초 에그슬럿 방문 계획은 없었지만 줄이 길지 않았다는 점과 한국판 에그슬럿의 솜씨는 어떨지에 대한 호기심 등이 기자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이전에도 몇 차례 삼성역 부근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길게 이어진 대기행렬에 방문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던 경험이 있다. 당시 매장 옆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까지 이어진 줄에 예상 대기시간만 2~3시간에 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인기가 대단했다는 얘기다.
기자는 과거 어학연수 차 LA에 머물었던 경험이 있는데 당시 에그슬럿 LA 본점을 방문할 수 있었다. 꼭 방문해보라는 현지인의 추천이 방문 동기를 만들었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미국 명물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Shake Shack)’이나 ‘인앤아웃(In-N-Out)’ 만큼이나 명성이 자자한 곳이 에그슬럿이라는 게 당시 현지인의 설명이었다.
![]() 시간이 꽤 흘러 기억이 흐려졌지만 지금도 현지에서 느낀 에그슬럿의 맛은 생생히 기억난다. 당시 뭘 먹어도 맛있게 느껴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에그슬럿은 미국 현지서 경험했던 음식 중 ‘맛있는 음식’에 속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했을 당시 감동이 쉐이크쉑을 처음 먹었을 때의 그것과 비슷했다.
에그슬럿을 먹으러 가던 길이 꽤나 고됐기에 맛의 미화가 있을 수도 있겠다. 미국 에그슬럿 LA본점은 LA 내 ‘그랜드센트럴 마켓’이라는 곳에 위치한다. 묵었던 숙소와 거리가 있어 이동시간만 한 시간 정도를 잡아먹었다. 길을 잘못 들어 도시 내 슬럼(slum)가를 지나치기도 했는데 길을 지나다니는 불량배, 소위 ‘어깨’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땅만 보고 걸었던 기억이 난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도착해 음식을 접했다 보니 그 맛은 강렬할 수밖에.
그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던 탓인지 SPC가 에그슬럿을 국내에 상륙시킨다는 소식은 굉장히 반가웠다. 그 맛을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데 기대감은 커졌다. 기자가 에그슬럿 코엑스점을 방문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매장에 입장한 후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을 수령하기 걸린 시간은 35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정확히 주말 오후 7시 50분경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고 8시 25분 정도에 음식을 수령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에그슬럿의 맛에 감동을 느꼈던 탓인지 어느 정도 감당할 만한 대기시간이라고 판단됐다. 직접 줄을 서보니 왜 대기시간이 길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방역조치를 위해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고객 방문일지 작성, 동시에 고객의 손소독 등을 안내하다보니 시간이 길어진 것이었다.
이외에도 이곳의 방역체계는 확실하고도 신선했다. 자리마다 가림막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손 소독제 외 손 세척기기까지 마련돼 있었다. 손 세척기기에 손을 넣으니 비누거품이 나왔다. 손을 닦고 다시 손을 넣으니 헹굼을 위한 물이 나왔다. 물이 나온 후엔 자동으로 종이타월이 나왔다. 편리하고도 확실하게 손을 세척할 수 있도록 돕는 기기였다.
내부 시설도 제법 그럴싸 했다. 1인석과 다인석 등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었고 의자, 테이블 등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빛나는 간판은 내부 분위기를 한 층 더 멋스럽게 만들었다.
처음 줄을 서고 카운터에 방문하기까지는 15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시그니처 메뉴’인 ‘페어펙스(FAIRFAX)’와 ‘슬럿(SLUT)’을 주문했다. 그리고 가장 비싼 메뉴인 ‘가우초(GAUCHO)’를 주문했다. 이 세 가지 메뉴가 한국판 에그슬럿의 맛을 고스란히 보여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콜라도 주문하려 했지만 품절됐던 탓에 주문할 수 없었다.
![]() 세 메뉴를 주문하니 계산서엔 2만9400원이 찍혔다. 각 메뉴의 가격은 페어펙스 7800원, 슬럿 6800원, 가우초 1만4800원 등이었다. 샌드위치(햄버거) 값 치고는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들 제품들이 미국인들에게 국밥, 볶음밥 등 한 끼 식사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주문자가 워낙 많아서인지 줄서는 시간보다 음식을 수령하는 시간에 더 오랜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주문 후 음식 수령까지 20분 가량이 소모됐다. 주방에는 10여명의 직원이 쉴 새 없이 작업하고 있었다. 그 풍경이 신기하면서도 흥미로웠다. 또 다른 에그슬럿의 볼거리였다.
지난했던 과정 끝에 맛본 음식의 맛은 아쉽게도 기대 이하 였다. 일반적인 기준이나 평가와는 좀 다를 수 있겠지만 미국 현지서 느꼈던 그 감동을 한국에선 느낄 수 없었던 점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빵 자체는 맛이 좋았지만 빵 사이에 들어간 구성물들이 아쉬웠다. 특히 페어펙스의 경우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샌드위치와 큰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가우초도 ‘몸 값’에 비해 아쉬움이 컸다. 가우초엔 고수가 들어가는데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함께 에그슬럿을 맛봤던 지인도 “이걸 먹기 위해 줄을 서고 비싼 값을 치른 게 아깝다”는 평을 내릴 정도였다. 다만 유리병 속에 담긴 슬럿의 맛은 좋았다. 다른 음식들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물론 맛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일련의 평가도 어디까지나 기자 개인의 주관에 지나지 않는다. 에그슬럿이 궁금한 독자라면 한 번 쯤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방문하는 과정과 가게 내부에서 느낀 경험 등은 즐거웠다. 장담할 순 없지만 초창기에 비해 대기인원이 많이 줄고 있으니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음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꼼꼼하게 방역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코로나 감염 염려는 붙들어 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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